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60가지 과학의 순간들
천원성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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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먹고 마시고 즐기는~" 다음에 나올 만한 단어는?

세상에나, 여기에 "과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네요. 제 인생 사전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어였네요. 과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도, 우리는 과학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네요.

《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는 생물학에 초점을 맞춘 과학 교양서라고 하네요.

저자는 국립양명교통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교육부 종신 국가 강좌 교수이며 유전연구소에서 연구와 교육에 힘써온 유전학자 천원성 교수예요.

이 책은 일상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지난 6년간 과학 잡지에 연재한 '교과서 밖의 과학 이야기'라는 칼럼에서 엄선한 59편의 글과 이전에 발표했던 한 편을 추가하여 엮어낸 것이라고 하네요. 유자, 감자와 볶음쌀국수, 푸딩과 궁바오지딩, 탄산수와 같이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와 이론이 등장하니 재미있고, 각 글의 마지막에 실린 그림은 임팩트 있는 한 컷 그림인 데다가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하니 뭔가 더 집중하게 되네요. 사실 이야기가 재미있으니까 저절로 몰입이 된 것 같아요.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과학 에세이네요. 읽다 보면 똑똑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내 친한 친구인 아론 교수는 평소 맛집 탐방을 즐기고, 집에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미식가인데 최근 들어 식습관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통풍 때문이다.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너무 높아져 관절과 힘줄에 결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각한 염증이 생기는데 이 염증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나는 아론에게 통풍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퓨린의 농도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 '고퓨린'은 평생 DNA와 RNA를 연구해 온 나에게 큰 흥미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음식에 들어 있는 퓨린의 대부분이 DNA와 RNA의 두 가지 이중고리 염기인 아데닌과 구아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퓨린은 대사 과정을 거쳐 잔틴과 하이포잔틴으로 분해된 후, 요산으로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모든 자연식품은 생물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DNA와 RNA, 퓨린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퓨린의 농도가 높은 음식일나 단순히 세포 수가 많은 음식이 아닐까? 나는 동료들과 의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학술 논문에서도 어떤 음식이 퓨린 함량이 높은지, 낮은지만 나열되어 있을 뿐,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계속된 연구 끝에 나는 내 가설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 유인원 이외의 동물들은 통물에 걸리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은 대부분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요산 산화 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분해한 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체네 요산 농도가 높지 않다. 유인원 역시 원래 요산 산화 효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화 과정에서 몇 차례 돌연변이가 일어나면서 이 유전자는 기능을 잃어버렸다.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하나의 가설은 요산이 강력한 항산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산 농도가 높으면 혈관을 보호하고, 암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진화 과정에서 요산 산화 효소를 잃어버리면서 또 다른 항산화제인 비타민 C를 생성하는 능력도 상실했기 때문에 식단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게 되어 체내 요산 농도를 높이면 비타민 C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은 완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체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만 통풍뿐 아니라 신장 결석,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병 위험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60-64p)

교과서 속 과학 지식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숨은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어, 누구나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과학'으로 만들어낸 저자의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실험실 안에서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순수한 호기심으로 탐구하는 자세야말로 과학적 정신과 연구 태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롤모델이네요. "과학자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올바른 질문을 하면 정확한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고,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길을 잃거나 좌절하게 만드는 잘못된 길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지식을 계속 확장해 나갈수록,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154p) 라는 말 그대로 우리에겐 과학자와 같은 사고 방식과 태도가 필요해요. 문명이 시작되면서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하며, 진화의 방향마저 바꾸어 놓았네요. 지금은 AI라는 도구 자체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어쩌면 인간을 앞설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직면해 있네요.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나가야 할까요. 이제 올바른 질문을 던질 차례네요. 과학적 태도와 정신으로 나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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