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 불교심리학 - 생각과 감정에 더 이상 속지 않는 보만 스님의 마음 사용법
보만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춘기 때였던 것 같아요.
혼자서 끙끙 고민하던 시기에 화엄경에 관한 책을 만났고, 그 의미를 다 이해하진 못해도 흩어진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받았네요. 마치 보이지 않는 적들과 홀로 싸우는 심정이었는데 아군 하나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종교적인 믿음보다는 철학적인 돌파구에 가까웠고, 이후에도 종종 힘들 때마다 불교 경전의 말씀을 찾아 읽으며 마음 챙김을 했네요. 깨달음은 찰나, 늘 번뇌 속에서 괴로운 것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네요. 사춘기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 불교심리학》은 보만 스님의 마음 사용법이 담긴 책이에요.
보만 스님은 인생 사는 방법을 수영에 비유하고 있어요. 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수영을 배우고 뛰어들어야 하는데, 가끔 수영도 못하면서 남들이 물에 들어간다고 따라 들어가는 이들이 있어요. 수영을 배운 사람에게 물은 놀이터가 되지만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는 공포스러운 지옥이 될 거예요. 그러니 세상이라는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해야 물에 뜨고, 앞으로 나아가며, 즐겁게 헤엄치는 방법과 다리에 쥐가 났을 때의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른바 '내 마음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어요. 불교 심리학에서는 '견해와 기억'의 구조로 마음을 해석한다고 해요. 견해는 매 찰나 쌓여 기억을 바꾸고, 이 기억들이 다음 견해를 만드니, 아름다운 견해를 가지려면 아름다운 기억이 저장되어야 하겠지요.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무엇을 덜어낼지, 그 선택은 자신의 몫이에요. 보만 스님은 육신의 해부학이 아닌, 마음의 해부학을 '불교'라고 설명하면서, 불경은 매일같이 일어나는 마음의 소음과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안내하므로, 여기에서는 불경에 나오는 말씀을 쉽게 풀어 마음을 분석하고 있어요. 의미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불교 심리학에서는 '깨달음' 대신 '정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본래부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갖추어진 능력이라는 뜻으로 정신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네요. 불교 심리학에서는 시선을 자기 안으로 돌리게 하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평생 '나'라고 믿어 왔던 것들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데, 계속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만날 수 있어요. 책의 구성은 흥미롭게도 '마음'이라는 제품을 소개하고, 부품 명칭과 구조, 작동 매뉴얼, 사용 시 주의사항, 고장 진단법, 고급 사용법, 복원 모드 순으로 나와 있어요. 마지막 단계는 보만 스님의 애프터 서비스로 강의 중 받았던 질문들을 Q&A로 정리하여 알려주고 있어서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네요. 부록에는 '내 마음 관찰 노트'가 있어서 직접 기록하며 마음의 작동 원리를 살펴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인생은 사실 딱 한 가지 작용이었습니다. 바로 깨닫는 일!
슬픔을 통해서도, 기쁨을 통해서도, 괴로움과 환희를 통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깨닫고 있습니다.
'아, 세상이 있구나.'
'이게 나였구나.'
'아, 나와 다르구나.'
'함께였구나.'
그렇게 우리는 수없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단지 만들어진 사연일 뿐이며,
근원은 깨닫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깨닫는 능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있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생겨나게 하는 법칙'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 생겨난 것은 반드시 사라집니다. 그러니 애써 없애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힘들게 하는 고민과 모든 아픔은 반드시 사라지게 되어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도,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없는 일을 상상하며 '이렇게 되면 어쩌지.' 하고 고통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것들은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깨달음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 여러분의 정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끝없이 깨닫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27-22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