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례 여행 - 기묘하고 아름다운 죽음과 애도의 문화사
YY 리악 지음, 홍석윤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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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낮과 밤처럼 우리의 삶에는 죽음이 늘 곁에 있어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죽음에 관한 것들은 뭔가 공포스럽고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달갑지 않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이 책은 비교적 편안하게,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네요.

《세계 장례 여행》은 중국계 싱가포르인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YY 리악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죽음과 애도의 문화사' 책이네요.

저자는 아버지 때문에, 어쩌면 아버지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죽음을 점점 더 의식하게 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쓰기 시작해서 집필 과정이 일종의 탈출구였던 것 같다고, 그러나 깨달은 것은 죽음에서도, 두려움에서도, 슬픔에서도 탈출구는 없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당신이 죽은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연구해보라." (169p)

이 책에서는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어요.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에 대한 간략한 역사로 시작해 사람이 죽으면, 우리가 죽으면 일어나는 일을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 매장, 화장, 섭취, 보존 순으로 세계 각국의 풍습과 문화를 알려주고, 죽은 이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방식과 죽음에 관한 기록을 다루고 있어요.

"흥미로운 관에 묻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흥미로운 장소에 묻히는 사람도 있다. 만약 관이 화장장에서 소각되어 재로 변하지 않고 어딘가에 남겨진다면, 땅에 묻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필리핀 북부 산악 지방 '사가다'에서는 지난 2,000년 동안 죽은 자들이 동굴이나 석회암 절벽의 벽에 묻혔는데, 사람들은 이를 '매달려 있는 관'이라고 부른다. 계곡 곳곳에는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의 그런 관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다. 이곳의 토착 부족인 이고로트족은, 죽은 자를 높은 곳에 매달아 놓으면 홍수와 동물로부터 시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죽은 자가 조상의 영혼에 더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33p)

소박한 장례부터 과시적인 장례까지 다양한 장례 의식과 세계 여러 나라의 독특한 장례 풍습을 만날 수 있어요. 계급 구조가 있는 모든 사회가 그렇듯, 죽음 역시 모두가 평등하지는 않았네요. 어린이, 노예, 가난한 사람들은 매장 기록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서 우리가 그 시대에 알 수 있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부유한 사람들의 유해에서 얻은 것들이네요. 사람의 시신을 보존한다고 하면 고대 이집트의 미라를 떠올리는데, 근현대에도 정치 지도자와 국가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망자의 시신이 방부 처리되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네요. 특히 독재자들과 공산당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시신 보존이 유행했는데, 공산주의 지도자로서 최초로 방부 처리된 이는 블라디미르 레닌이라고 하네요. 추종자들에게 자신을 어머니와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데 사망 후 오늘날까지 100년 동안 붉은 광장에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형 영묘에 안치되어 있으니, 죽어서도 혁명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네요.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시신을 인공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그나마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간혹 예외도 있었네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위치한 지하 묘지 '카푸친 카타콤베'에는 각계각층의 인물 1,284명의 시신이 보존되어 있는데, 오랜 세월로 인해 많은 미라가 제 모습을 잃었다고 하네요. 가장 놀라운 건 방부 처리된 시신 중에 1918년 폐렴으로 사망한 어린 아기 로잘리아 롬바르도의 시신이에요. 유리 진열장 속에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를 보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하네요. 어린 딸의 죽음에 너무나 상심한 나머지 방부 처리를 요청한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것만큼 처절한 작별이 또 있을까요. 죽음의 문화에서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빠질 수 없을 거예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행해지는 애도 의식은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죽은 자에 대한 연민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데, 산 자의 슬픔을 달래며 정화하는 의식이기도 하네요. 공동체가 함께 모여 추모하는 행위는 우리라는 공통된 정체성으로 묶어주고 더 높은 목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고 삶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의식이네요.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그 삶을 이어가며, 산 자 역시 언젠가는 먼저 죽은 이들과 만나게 될 것을 알고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죽음의 의식을 안다고 해서 작별 인사가 더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배웠네요.

"죽음은 죽음일 뿐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기에 상실의 고통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잃을까봐 두려운 사람들이 당신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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