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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ㅣ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어폰을 꽂고 듣는 시간이 늘면서 청력이 떨어진 느낌이에요.
기능적으로 진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더 큰 것 같아요. 듣고 싶은 것 외에는 전부 소음으로 처리하면서, 들려도 안 들린다고 해야 할까요. 자동적으로 소음 차단 기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못 듣는 것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네요. 어쩌면 못 듣는 게아니라 안 들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듣다》는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 네 번째 책이에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스물다섯 명의 소설가가 함께하는 단편소설집이라고 하네요. 이번 주제는 '듣다'이고, 이 책에서는 김엄지 작가님의 <사송>, 김혜진 작가님의 <하루치의 말>, 백온유 작가님의 <나의 살던 고향은>, 서이제 작가님의 <폭음이 들려오면>, 최제훈 작가님의 <전래되지 않은 동화>를 만날 수 있어요. "넌? 듣고 싶은 소리가 있어?" (18p)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소설 속의 '나'는 L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어요.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침묵 자체가 답이 될 때도 있어요.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지나간 어느 순간이 탁! 걸리더라고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듯이 질문할 때, 대개는 기대했던 답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던 것 같아요. 듣는다는 건 기다리는 일, 그 다음은 생각하는 일, 여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뭔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어긋나버리는 것 같아요. 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걸 좋아해서,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면 좋은 사람일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기 있으면 제일 좋은 게 뭔지 아니? 조용하다는 거야. 원하는 만큼 조용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거. 아무 이야기도 안 들어도 된다는 거. 그동안 네 이야기 들어 주는 거 나 너무 힘들었어." (62p) 지나친 기대는 늘 실망을 데려 온다는 걸, 마음은 그냥 줘야지 돌려받을 생각을 하면 후회만 남더라고요. 배신과 불신,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 믿어주는 한 사람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전래되지 않은 동화>에서는 갑자기 자신의 목소리만 듣지 못하게 된 주인공의 사연과 거미 마녀가 건 말의 저주가 전염병이 되어 난리가 난 왕국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저주를 건 단어가 글쎄, OO이라는 거예요. 맙소사! 이 단어가 없으면 왕국의 백성들은 OO을 어떻게 하죠?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쪽짜리 반전 결말이네요. 아직 주인공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조금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