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귀신 도감 -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강민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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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귀신이라면 오들오들 떨던 아이는 커서 무섭고 괴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네요.

그많던 겁이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닌데, 이야기로 만나는 공포 장르에서 묘한 쾌감을 알고 난 뒤로는 헤어나오지 못했네요. 한때는 공포영화를 모조리 섭렵할 정도로 빠졌다가 요즘은 각종 괴담들이 흥미롭더라고요. 근데 동남아시아 귀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이 책을 읽게 됐네요.

《동남아시아 귀신 도감》은 영화감독이자 영화연구자 강민구님의 책이에요.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해오다가 다양한 장르, 특히 괴담, 신화, 민담과 같은 서사를 바탕으로 신선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동남아시아의 괴이한 존재들 중 100가지를 선정하여 소개해주고 있네요. 우와, 그림으로 표현해서 살짝 덜 무서울 뿐이지 섬뜩하네요. '마나낭갈'은 필리핀 민담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성의 상반신을 가진 흡혈귀이며, 외형은 거대한 박쥐와 같고 빨대 모양의 긴 혀로 피를 빨아먹는다고 하는데, 치명적인 단점은 밤이 되어 사냥을 나갈 때 자신의 하반신은 깊은 숲속에 숨겨두고 상반신만 떠서 돌아다닌다는 점이래요. 잘려진 부위에 소금이나 마늘, 재, 식초 등을 섞어 만든 성수를 뿌리면 금세 힘을 잃고 죽는다고 하네요. 어쩐지 흡혈귀라는 점과 성수를 뿌리면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귀신이라기 보다는 서양 문화의 유입으로 생겨난 듯한 느낌이 드네요. 그에 비해 '발발'은 필리핀 전설에서 전해 내려오는 괴물이라고 하네요. 장례식장이나 무덤 근처에서 발견되며, 시체를 훔쳐 먹고 산다고 하는데, 요즘 영화에 나오는 좀비 형상에 날개가 달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리도 전설로 내려오는 귀신들은 주로 억울하게 죽어 한을 풀지 못한 원귀들이 죽은 장소, 무덤 근처에서 출몰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비슷한 것 같아요. '피 퐁'은 태국 북부에서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귀신으로 일종의 좀비와 같아서 몸에서 엄청난 악취를 풍기며, 일반 사람이 '완 피 퐁'이라는 허브에 노출되면 피 퐁으로 변한다고 전해지는데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로 변하는 이야기와 상통하네요. '폴롱'은 말레이시아에서 전해지는 일종의 병에 갇힌 영혼인데, 살인을 당한 피해자의 피를 병에 담아 2주간 주문을 외워 만들어지는데, 이걸 만드는 이유가 특정 인물을 지목하여 저주하기 위한 목적이라니 너무 끔찍하네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의 사악함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나쁜 짓을 저지른 인간들에게 치를 떨던 누군가가 그에 못지 않은 무시무시한 형상의 귀신이나 괴물의 존재를 상상하여 소문을 낸 것일 수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헛것을 볼 때가 있잖아요. 지금처럼 밤에도 환한 세상에서는 귀신들이 활동하기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음침한 곳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네요. 영화 랑종에 나오는 외진 산골 마을과 같은 곳은 절대 못 갈 것 같아요. 귀신도감이라 가나다 순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정확하게 어떤 나라의 비율이 더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필리핀 귀신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네요. 묘사된 느낌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공통적으로 끔찍한 모습이 주는 공포감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네요. 그림만 보고 있어도 털이 쭈뼛 서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네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귀신, 괴물들을 한 권의 도감으로 살펴보니 신기하고 놀라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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