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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 북 - 모든 걸작에는 다 계획이 있다
카미유 주노 지음, 이세진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유럽 미술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인지라 이 책이 무척 반가웠어요.
저자인 카미유 주노는 프랑스 최고의 아트 스토리텔러로서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의 주요 문화 기관들과 긴밀히 협업해왔고, 특히 'SNS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와 강연을 진행해왔다고 하네요.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한층 쉽게 풀어내고 더 많은 사람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라는 저자는 800년에 걸친 회화사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아냈네요. 역시나 일반적인 미술책에 비해 크고 두툼하네요. 200여 점 이상의 대형 도판으로 구성된 고급 양장 제본이라서 '평생 두고 보는 반려 미술책'이라는 설명이 제격인 것 같아요. 미술관 여행을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책이자 방구석에서 떠나는 즐거운 미술사 여행이 될 책이네요.
《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 북》은 조크에서 뱅크시까지 이어지는 회화사의 흐름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내해주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슨트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치지 않도록 전체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하면서, 숲을 이루는 대표적인 나무들을 하나씩 만날 수 있는 산책 코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먼저 도표가 나와 있는데 회화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4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조토 디 본도네로 시작하여 현재 시점의 예술가인 뱅크시까지 시대순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800년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 미술관의 구조가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관람 코스를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모든 미술관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내부 구성을 하기 때문에 세상에 똑같은 미술관은 없지만 대체로 전통적인 구성이 있으니 그 점을 염두에 두면 동선을 정하기도 쉽고 작품을 이해하기에 수월하다고 하네요. 미술관의 동선은 대개 작품의 창작 연도를 기준으로 전시되어 있으니 정석적인 관람 코스를 따라간다면 가장 오래된 그림들을 보기 시작해서 현대미술 작품들로 관람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소장품에 일관성이 있는 경우는 국가별, 동향별로 작품이 배치되고, 창작 연도별, 주제별로 작품이 전시된다고 하네요. 관람 꿀팁은 표찰을 잘 보는 것, 표찰에는 작품 제목, 예술가, 창작연도 혹은 시기, 기법, 작품 크기 같은 주요한 특징들이 적혀 있는 작품의 신분증이라는 거예요. 그밖에 간단한 기술 용어와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서양 회화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네요. 특정 시대나 화가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시대별로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을 딱 한 장에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깔끔하게 회화의 역사를 풀어낸 것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설명할 때, 명확한 기준인 '무엇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으로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는데 이 부분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냥 볼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들이 보이면서 한층 풍요로운 감정을 느끼게 만드네요. 방대한 미술사를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면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데, 도슨트의 안내를 따라 미술관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800년에 걸친 미술사의 흐름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네요.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 보게 될, 소중한 미술책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