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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몸은 아프면 치료를 받고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데 마음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경우를 보지 못했어요. 어쩌면 마음이 아픈 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고통은 삶의 일부라는 것, 그걸 인정해야 버티고 살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났네요.
《의미들》은 스잰 스캔런의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을 기록한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시카고예술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창작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고,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있는 작가인데, 이 책에서는 스무 살에 자살 시도를 한 뒤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장기 입원 시절을 회고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당시 저자의 상황이 불안정해보인 건 맞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갇혀 있을 정도로 심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그때의 시간들을 저자는 낭비된 시절로 기억하고 있으며, 다시 떠올릴 때 거대한 수치심을 느꼈다는 거예요. 의사들 입장에서 치료 목적으로 입원을 시켰을 텐데, 환자인 당사자는 지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는 거죠. 다행히도 그녀는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줄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치유된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정신 질환자로 불리는 대신에 자기돌봄의 기회를 가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괴로운 상태에 처했을 때 보살핌을 요청하고 보살핌을 받는 것이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이라면, 만약 보살핌을 위한 따스한 공간이 존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당시의 남편과 - 시인인 그의 뉴욕 시내 강연차 - 뉴욕에 갔다가 닥터 B를 찾아 갔다. 나는 닥터 B에게 내가 그 병원에 왜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거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호하게, 그게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한동안 그 말에 관해 생각했다. 닥터 B가 하려 한 말은,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내 병을 정의하는 한 방식이다. 죽고 싶지 않았던 나의 한 부분은 당시 내가 취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이 병원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 아직도 우울증에 빠지고, 이따금 마비되거나 멈춰 서거나 삶에 압도되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정신과 약을 먹고, 잠을 못 자고, 자다가 공황 상태로 깨어나는 나의 일부로부터 나 자신을 떼어내기까지 - 수년에 걸쳐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 수년에 걸쳐 치료를 다시 시작하고 다시 그만두기를 수차례 반복하고서야 마침내 나는 내가 제정신이라고 온전히 믿을 수 있었고, 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다고, 정신과 환자가 아닐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됐다." (395- 39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