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미각 - 설렁탕에서 떡볶이까지, 전통이 살아 숨쉬는 K-푸드 가이드
강설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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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재미있게 봤지만 전 세계인들이 열광할 만한 내용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네요. 특히 김밥과 라면처럼 우리 일상에서 흔히 먹는 음식들이 K-푸드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한국 음식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늘 먹던 거니까, 아무래도 익숙한 음식들이라서 대단히 관심을 갖거나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부족했던 거죠. 그 빈틈을 채워줄 책을 찾았네요.

《종로미각》은 종로를 중심으로 사대문 안 사람들이 즐긴 음식들을 인문학자 열네 사람이 소개하는 책이네요. 단순히 맛집 소개를 넘어 역사와 문화로 살펴보는 K-푸드 이야기라서 특별한 미식 여행 가이드가 될 것 같아요. 책의 구성을 보면 식사류, 고기류, 안주류, 간식류, 주류로 나뉘어져 있어서 입맛대로 골라가며 맛볼 수 있어요. 쌀쌀해지는 날씨엔 무조건 찾게 되는 설렁탕, 선지해장국,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 함께 먹는 닭한마리칼국수, 특별한 날에 먹다가 언제든 먹게 된 돈가스, 푸짐한 불고기전골, 저녁 시간에 끌리는 족발, 치킨, 안주로 제격인 낙지볶음과 빈대떡, 간식 하면 떠오르는 떡볶이, 만두, 약과, 모나카 아이스크림, 커피, 그리고 서울장수막걸리와 진로소주를 맛볼 수 있는 맛집과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저자들은 '종로'하면 떠오르는 음식과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을 선별하여 한국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깊이 살펴보았다고 하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거예요. 읽는 내내 군침을 삼키면서 미식 여행을 계획하게 되더라고요. 여기에 소개된 음식들은 좋은 것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전부 다 맛있기 때문에 '종로미각'이라는 종합 메뉴로 추천하고 싶네요.

"설렁탕과 곰탕은 다르다. 곰탕에는 들어가지 않는 소면이 담겨서만은 아니다. 곰탕은 주로 양짓머리와 사태 또는 정갈하게 손질한 내장 등 고기 부위만 넣어서 푹 고아 끓여내는 반면, 설렁탕은 소의 윗다리뼈, 즉 사골을 중심으로 소머리와 소가죽, 고기와 내장까지 다양한 부위를 두루 아우르는 데 그 특징이 있다. ... 설렁탕의 유래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조선시대의 선농제다. 선농제는 농사의 신 신농에게 드리는 제사다. 선농제에서 먹은 탕국이라 선농탕이라고 불리던 것이 모음동화와 유음화를 거쳐 설렁탕으로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 국물 요리의 특징은 화수분처럼 늘어나는 양에 있다. 물 한 바가지만 더 부어도 한 사람 몫이 늘어난다. 위부터 아래까지 모든 사람이 너나없이 뚝배기 한 그릇에 배가 부른다. 맛은 슴슴하고 건더기 없이 설렁설렁했을지 모르나 그 안에 담긴 의미만큼은 꽉 찬 한 그릇이었을 것이다." (16-22p) 제일 처음 소개된 메뉴이자 지금 계절에 즐겨 먹는 음식이라서 유래와 기원, 문화 관련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족발의 성지로 유명한 장충동이 원래는 역사적인 공간이자 세련된 문화를 주도하는 곳이었네요. 장충단은 애초에 공원이 아니라 1900년 9월 고종이 을미사변을 비롯하여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나라를 위해 순사한 열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제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현충원인데, 일제가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장충단 터를 공원으로 꾸미고 사당이 있던 자리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절인 박문사를 세워 본래 의미를 변질시킨 거예요. 해방 이후 박문사는 헐리고 그곳에 국빈을 맞이하기 위한 영빈관(지금의 신라호텔)이 세워졌고, 1963년 2월 장충체육관이 개관하면서 실내스포츠 열풍이 일어났다고 하네요. 장충동 일대에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온 이북의 실향민들이 터를 잡고 평안도의 족발 요리를 만들어 팔면서 장충동 족발이 탄생했고, 장충체육관 건너편에는 1973년 태극당이 이전해 오면서 전국 멋쟁이들이 빵을 사러 오는 곳이자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게 되었대요. 음식과 문화가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네요. 역시나 역사와 문화를 알면 알수록 그 맛에 빠져들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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