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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그림 찾기 -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짝이 똑같아요~~
동요를 부르며 아이들은 세상에 똑같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배워요. 학교에서는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났어도 모두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고 가르쳐줘요. 근데 왜 세상은 우리가 배운 것과는 반대로 굴러가는 걸까요.
《틀린 그림 찾기》는 KBS 방송 프로듀서 박천기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장애인과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에 관해 이야기해 왔고, 장애인의 삶을 다룬 다큐를 제작해 왔으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역사, 정치, 사회 전반에 관한 책들을 집필해왔네요. 이번 책에서는 차별과 편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을 다루고 있어요.
"어린 시절 '틀린' 그림 찾기에 열중하곤 했다. 분명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찾는 게 맞지만 우리는 어느새 다름을 틀림으로 내면화하며 성장했다. 그렇다면 차이를 지우면 차별은 사라지는 것일까? ... 차별이 철폐된 공정한 사회.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는 민주사회의 가치이자 건강한 시민들이 추구해야 할 공리 중의 공리이다. 그런데 좀 더 솔직히 말해 보자. 우리의 현실은 이 고귀한 공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말이다. ... 실제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의 차이를 발견하고 차별을 저지른다. 차별적인 제도는 철폐한다고 해도 내 마음의 불편한 차별 감정까지 어찌할 것인가? 여기에 우리가 쉽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4-6p)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다름을 틀림으로 내면화하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무의식적 편향은 잔잔하게 깔려 전반적인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에 그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설마 나도?'라는 자각의 순간들을 맞게 되네요. 모든 행위에 차별 감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자는 '틀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이 틀렸는지 똑똑히 알아야 하니까요.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당연하다'라는 말속에 모든 차별의 이면이 숨어 있다면서, '남자니까 당연히', '여자니까 당연히', '백인이니까 당연히', '흑인이니까 당연히' 등 차별에 대해서도 '원래 그렇다' 혹은 '당연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은 이미 만들어진 사고의 틀과 규정에 현실을 습관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차별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는데, 놀라운 통찰이네요. 진짜로 세상엔 당연한 것이 없더라고요. 함부로 제멋대로 규정해놓고는 원래 그런 거라고 떠든다고 해서 당연해지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차별과 편견이라는 틀린 그림을 알아채고 그 불편함을 직시하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차별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최대의 적은 사악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 (24p)이라는 말이 경종을 울리네요. 생각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어요.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행되는 일상적 파시즘을 목격해왔고, 이제는 우리 안의 파시즘을 들여다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우칠 차례네요. 경계와 벽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건너야 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