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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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꼽는 것은 유머예요.

팽팽한 긴장감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유머가 있기에 세상은 즐거울 수 있고,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와, 근데 유머를 듬뿍 첨가한 동화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처구니없어서 웃고, 기발해서 웃고, 마지막엔 흐뭇하게 웃게 되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은 튀르키에 출신의 세계적인 아동문학 베스트셀러 작가인 셰르민 야샤르의 동화책이네요.

주인공 피크리 드럼비는 성공한 CEO인데 못된 습관이 하나 있어요. 그건 자신을 부를 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이라고 강요한다는 거예요.자신을 소개할 때도 '위대한 피크리'라고 말하는 건은 물론이고, 명함에도 '위대한 피크리'라고 적혀 있고, 사무실 문, 책상, 가방, 공책, 그리고 그의 팔에도 '위대한 피크리'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고 하니 집착을 넘어 중독 수준인 것 같아요. 넘치는 자기애의 화신, 위대한 피크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근데 공교롭게도 사무실 마당에 본인의 흉상을 세우기로 한 날에 충격적인 편지를 받게 되는데, 거기엔 중학교 졸업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었고, 일부 과목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빠른 시일 내 학교로 복귀하여 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및 대학교 졸업장이 모두 무효 처리된다고 적혀 있는 거예요. 위대한 피크리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봤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중학교로 등교하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혼자만 잘난 줄 아는, 오만한 피크리의 험난한 중학교 생활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부모도 피크리처럼 학교에 보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할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만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징징거려. 사회에 나오면 훨씬 힘들다고!"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학교 생활을 완전히 망각한 게 아닐까 싶네요. 아이든 어른이든, 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이 있는 법인데, 그걸 무시하는 건 옳지 않아요. 회사의 CEO로 지내면서 갑질을 해대던 위대한 피크리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똑같은 학생 신분이 되었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교장 선생님께 따지고 들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크리 학생.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는 평등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이란 없어요. 왜냐면 모든 아이가 중요하니까요." (56p)

중학교에 있으니 점잔을 떨던 피크리도 어린애로 바뀐 것 같아요. 정말 가지가지로 속썩이는 중학생을 보는 느낌인데 피크리 자신도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부질없는가를 조금씩 깨닫게 되네요. 중학교에서 점차 인간 개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 사회에 특권의식을 가진 몇몇 사람들을 학교에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교정, 교화를 위한 더 큰 학교에서도 방이 좁다, 운동시간이 없다 등등 연신 투덜대며 특혜를 누리고 있는 철부지도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반성하기를 바랄 뿐이네요.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라, 피크리의 교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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