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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중대재해,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진정성으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안전경영
김근영 지음 / nobook(노북)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산업 현장에서 연일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어요.
경제 규모는 선진국인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토록 많다는 건 노동자들에겐 후진국이 아닌가 싶어요.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진정성으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안전경영에 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40여년 간 제조업 리더로서 리스크 관리가 품질과 원가 관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해 왔고, 안전경영의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공장 경영자는 공장경영의 우선순위가 리스크 관리임을 항상 명심하고 균형적인 공장경영을 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면 단 한 번의 리스크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어요. 현장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설비의 고장이나 성능 저하와 같은 문제들을 미리 개선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이 사업장에서 나의 가족들이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현장의 불안전 요소를 방치하는 일은 없을 텐데 당장 눈앞의 돈보다 안전과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진정성 없이는 안전경영은 불가능하네요.
이 책에서는 저자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공장경영의 ABC,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 안전경영 시스템 구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안전경영의 핵심 3요소는 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방침, 그 의지를 실행할 전문 조직, 지속 실행 가능한 안전경영 시스템이며, 이 세 가지 요소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야 구동이 가능해요. 안전경영 시스템의 목표는 작업 현장이 안전하게 유지되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지속 유지하는 것인데 성공의 관건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냐는 거예요. 안전경영 시스템 5단계를 보면서 어떠한 조직, 기업이든 이 절차를 따른다면 일련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자가 서문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언급했는데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엄벌이 필요해요. 최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어요.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등 적용 법조 취지를 여러 번 언급하면서, 경영진이 전지 폭발 화재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고, 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파견노동자를 공정에 투입하면서도 실질적인 안전교육은 실시하지 않아 다수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어요. 중대재해처벌법의 본질은 중대재해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지, 사고가 나면 기업 책임자를 구속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시행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면서 입법 취지가 무색했는데, 이번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으로 산재 반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네요. 아무리 중한 형량을 내려도 23명의 소중한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어요. 사망자 대부분이 중국과 라오스에서 온 이주노동자였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 내몰린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똑같은 노동자로서 기본권, 인권, 노동권이 존중되고 보장받는 사회로 바뀌어야만 해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손을 잡으면 세상에는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 더 나아가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