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모든 새들
찰리 제인 앤더스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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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상상은 자유, 누구든지 맘껏 상상할 수 있어요.

머릿속에서만 떠도는 상상은 아무런 힘이 없지만 특별한 이야기로 탄생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특히 이 소설은, 조심해야만 해요. 무심코 첫 장을 펼쳤다가 슈욱, 빨려들어갈 수 있거든요.

찰리 제인 앤더스 작가의 SF 판타지 소설, 《하늘의 모든 새들》은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신기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모든 동물과 말할 수 있는 소녀 퍼트리샤와 과학 천재소년 로런스, 처음엔 두 명의 주인공이라고 적었다가, 아차 싶었네요.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우 중요한 존재를 빼놓을 순 없죠. 그 존재의 이름은 '페레그린'이에요. 퍼트리샤는 여섯 살 때 다친 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겠다고 진심으로 맹세했다가 숲에서 평생 자신을 옭아맨,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이때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어요. 부모님이 숲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낸 뒤 다시는 숲에 가지 못하도록 방에 가뒀고, 갇혀 있는 동안에 퍼트리샤는 숲에서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잃어버렸네요. 새들이 퍼트리샤에게 특별한 아이, 마녀라고 말한 지 7년이 지났고, 학교에서 외톨이였던 퍼트리샤는 우연히 로런스와 부딪치는 바람에 친구가 되었어요. 방에 틀어박혀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괴짜 소년과 숲속 자연을 좋아하는 소녀는 물과 기름처럼 너무나 다르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는 따로따로, 혼자 지내다가 방과 후와 주말에 만나는 두 아이는 쇼핑몰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만 보고 어떤 사람인지 추측하는 놀이를 했고, 퍼트리샤는 검은색 슬리퍼에 낡은 회색 양말을 신은 남자는 암살자라고, 훈련된 킬러들의 비밀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 문제는 그 암살자가 두 아이를 노리고 있다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평범한 인간들 세상에 불시착한 외계인마냥 겉도는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기라고 지레짐작했다가 암살자의 등장으로 장르가 전환되더니, 심각한 위기에 빠진 지구를 각자의 방식으로 구하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중력에 이끌리듯, 읽는 내내 상상도 못한 세계와 두 인물에게 빠져들었네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마법 같기도 해요. 이 질문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흥미로웠네요. 로런스는 윤리가 보편적이며 원칙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상황에 좌우되는 윤리는 위험한 비탈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퍼트리샤는 반박했어요. "솔직히 난 윤리가 원칙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 전혀. 윤리의 가장 기본은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아는 거지. 그건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항상 달라져." (318p) 로런스는 퍼트리샤와 의견이 다르지만 그런다고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님을 알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로런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자신이 다른 행성에 가서 지구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어떤 것이 그곳에서는 진실이 아님을 목격하는 상상을 했다고 말한 거예요. 찰리 제인 앤더스 작가는 SF 판타지 세계관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이 아닌 관점에서 폭넓게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요. 퍼트리샤의 관점과 로런스의 관점은 아무리 달라도 우리에겐 익숙한데, 숨겨진 또 하나의 관점은 완전 새로워요. 우리는 이미 질문을 받았고, 이제는 답할 차례예요. 옳은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끝에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항상 너무 이르지. 너무 늦기 전까지는 말이야." (457p)라는 카먼의 말이 귓속을 맴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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