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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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와,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이네요. 《키메라의 땅》을 읽으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네요.

새로운 인류를 창조해내다니, 굉장히 충격적이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또 한번 놀랐네요. 단순히 SF과학소설, 공상 이야기가 아니었네요. 첫 장 '일러두기'에서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9p)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네요. 이 소설이 예언서는 아니지만 자칫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어요. 

주인공 알리스 카메러는 서른 살의 유전자 변이 전문인 유전생물학자로, 프랑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의 지원을 받아 비밀리에 변신 프로젝트를 성공했어요. 이른바 <멸종 위험에 대비하여 현 인류를 보완할 세 종의 혼종 신인류 창조에 대한 시도>인데, 몰래 연구실에 잠입한 기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어요. 혼종의 탄생을 인류의 위협이라고 느낀 사람들의 거부감과 두려움이 알리스를 향한 테러로 이어졌고, 뱅자맹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알리스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내줬어요. 그곳은 바로 ISS 국제우주정거장, 우주에서 키메라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게 해준 거예요. 근데 지구에서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핵미사일이 발사되면서 3차 세계대전, 핵전쟁이 일어난 거예요. 알리스는 시몽과 함께 우주 정거장에서 1년의 작업 끝에 세 혼종 태아를 탄생시켰고 지구로 귀환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지구에 생존한 극소수 인간들과 세 혼종 태아는 공존할 수 있을까요. 작은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갈등, 다툼을 보면서 인간들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트럼프가 한국 근로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손발에 수갑을 채우고 구금한 사태가 떠오른 것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앞세워서 유색인종을 몰아내려고 하는 인종차별 정책이기 때문이에요. 백인우월주의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어리석음의 소치인지, 똑같은 인간인 데도 자신들이 더 우월한 존재라고 여기다니 너무나 한심하네요. 이 소설에서는 혼종 신인류와 구인류의 관계를 통해 공존과 평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혼종은 괴물이 아니라 특정 동물과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하여 극한의 생활 환경에서도 탁월한 적응력을 갖춘 새로운 생명체들이에요. 인간도 동물이면서 동물과의 경계를 짓고, 우위에 있는 듯 여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에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과 포용력 없이, 그저 인간의 탐욕만을 따른다면 그 끝은 파멸이네요. 솔직히 처음엔 알리스가 창조해낸 박쥐 인간, 돌고래 인간, 두더지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그들이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네요. 스파이더맨, 엑스맨과 같은 슈퍼히어로와 다를 게 없더라고요. 더군다나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알리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요. 물론 모든 것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선택이었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그녀의 손을 떠났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죠. 과연 미래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수도...


"왜 전쟁 충동을 견제할 대항 세력이 전혀 없었나요?"

"평화적인 가치들을 옹호하는 이들은 힘이나 영향력이 부족했어요. 두 가지 길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공포의 길 혹은 사랑의 길이라는 선택이죠.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여전히 공포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유전자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영장류에게 위험을 피하도록 하고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살아남도록 한 거죠. 포식자, 질병, 전쟁, 뇌우에 대처하려면 공포라는 감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지배자들은 공포를 도구 삼아 대중을 조종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거나 당선되었습니다. 공포 때문에 군 예산이 통과되었죠. 값비싸고 귀중한 그 많은 무기를 군수 창고에서 녹슬어 가게 할 수는 없었고요."

"그럼 사랑은요?"

"사랑은 세상을 바꾸기엔 훨씬 느린 원동력이에요."  (211p)


《키메라의 땅 2》에서는 지상으로 쫓겨난 알리스 카메러를 포함한 망명객 424명의 정착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미래 혹은 공상 세계가 신화와 전설, 성경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재들이 종종 등장해요. 

키메라들의 창조주, 어머니가 된 알리스 카메러가  박쥐, 돌고래, 두더지 세 동물을 선택한 것은 하늘, 바다, 땅을 염두에 둔 것인데, 지상으로 올라와 세 종족이 각자 적응하며 경쟁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네요. 딸 오펠리는 형제처럼 함께 성장해온 헤르데스, 하데스, 포세이돈이 이끄는 세 혼종 공동체의 갈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어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과 바벨탑 이야기처럼 욕망의 끝에는 파국과 구원,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어요. 인간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마다 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 인간의 최후는... 인간의 탄생이 신의 계획이든, 우주가 빚어낸 우연이든,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키메라들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면서, 인간은 결코 지구의 주인이었던 적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네요. 우리는 그저 수많은 생명체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 멸망한 지구에서 키메라 신인류의 등장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리고 있네요. 이야기 중간, 필요한 순간마다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 나오는데, 바로 거기에서 놀라운 솔루션을 발견했네요. 에이브러햄 왈드가 입증한 <생존자 편향>의 법칙처럼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정확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해요.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멸망이 아니라 인류의 멸종이라는 것, 먼 훗날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진다면 신인류는 우리를 기억하기나 할까요. 이름에 걸맞는 지혜로운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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