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소담 클래식 5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안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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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태초의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경험했던 최초의 순간이자 어딘가에 존재하는 기억.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주인공 '나'의 회상 속으로 빠져들어갔네요.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언어학자였던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가 유일하게 쓴 소설이며, 그 주제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평생 언어를 연구해온 학자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온전히 말이나 글로 표현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특히 사랑은, 너무나 어려워요. 그래서 저자는 주인공 '나'의 철부지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섯 살 무렵의 '나'는 아버지와 함께 후작 내외를 만나러 갔고, 후작 부인의 손에 키스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 말씀을 들었어요. 근데 친근하게 미소짓는 후작 부인을 보자 기분이 좋아져서 달려가 부인의 목에 매달려 어머니에게 하듯 키스를 했고, 다행히 부인은 화를 내진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끌려가 혼이 났어요. 집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 품에 안기며 흐느껴 울다가 이렇게 물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나쁜 일인가요? 왜 그걸 겉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거죠?"

"네 말이 옳기는 하다만, 아버지 말씀에 따라야지. 너도 크면 알게 될 거야. 아름다운 부인이 다정한 눈길을 보낸다고 해서 무조건 그 부인의 목에 매달려 키스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말이다." (21p)

순진한 아이의 질문 속에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리게 되네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는 관념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해서 벌어진 실수였지만 영주의 딸인 마리아 공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달랐어요. 누워 있는 연약한 몸과는 달리 신비로운 그녀의 눈동자에 압도되었고, 가끔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져줄 때는 온몸에 무엇인가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나'는 여름 방학에 고향 마을로 돌아왔고,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면서 다시금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커가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녀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남자를 등장시키고 있네요.

"어제 흐르던 저녁 안개처럼 머릿속을 몽롱하게 지나가던 것이 갑자기 명료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속해 있다고 느꼈다. ··· 우리는 더듬거리는 말로 사랑이라 부르는 그것에 대한 진정하고 합당한 이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왜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속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해명하려고 애를 써야 한단 말인가?" (144-145p)

안타깝게도 우리는 영원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입겠지만 그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고귀하고 순수한 영혼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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