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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벼운 상처나 통증이 생기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닐 거예요.
요즘은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의사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인데, 문득 이 약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해외여행만 하더라도 미리 현지에 유행하는 감염병의 백신이나 예방약을 접종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죠. 수많은 의약품들은 어떻게 개발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약에 관한 책이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네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사토 겐타로의 책이에요. 저자는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신약개발 업무에 종사하면서 의학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고민하는 나날을 보냈고, 유기화학 세계와 관련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자 스타 작가가 되었대요. 현재는 주로 화학 관련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 과학 저널리스트라고 하네요.
"각종 전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역사를 크게 뒤흔들어놓았다. 다시 말해 인류가 병마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개발한 다양한 무기, 즉 의약품도 역사의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10p)라는 저자의 설명대로 이 책에서는 인류를 괴롭혔던 치명적인 10가지 질병과 의약품의 관계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네요. 의약품의 역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류를 괴롭혔던 치명적인 질병과 그 질병의 위협에서 구한 10가지 약에 대해서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놀라운 사건으로 보고 있어요.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의 뱃사람들은 거센 풍랑보다 괴혈병을 더 두려워했는데, 괴혈병이 만든 비극을 영원히 종식시킨 영웅은 18세기 후반 영국 해군 소속 군의관인 제임스 린드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AD 5세기 무렵 중국인들은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된 생강이 괴혈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1601년 동인도회사의 함대 선장은 괴혈병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레몬 과즙을 마시도록 하여 예방한 사례가 있다고 하네요. 비타민C 구조를 명확히 밝혀낸 것은 1933년, 영국의 월터 노먼 하워스이며, 헥슬론산의 이름을 '괴혈병에 저항한다'라는 뜻을 담아 '아스코르브산'이라고 개명했고, 저렴한 포도당에서 비타민C 합성에 성공하여 193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의외의 인물은 라이너스 폴링인데, 평생 노벨상을 두 번이나 단독으로 받은 20세기 최고의 화학자인 그가 예순다섯 살 무렵에 뜬금없이 비타민C 연구에 빠져, '비타민C 만능론'을 주장했으나 의학계에선 정식 이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근데 건강식품 회사들이 폴링의 명성을 끌어다가 요란하게 홍보하는 바람에 그걸 믿는 사람들이 생긴 거예요. 비타민C는 건강식품, 영양제, 첨가물 등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지만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후 50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인류는 비타민C에 관해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으니 비타민C 과용은 금물이네요. 이밖에도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의약품 중 가장 오래된 진통제 모르핀, 전신마취 수술을 가능케 한 마취제, 병원을 위생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소독약, 성병 매독 치료제인 살바르산, 세균감염병에 효과적인 무기 설파제,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인 페니실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 항HIV약까지 인류 역사에서 이러한 의약품이 없었더라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10가지 위대한 약 덕분에 인류는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