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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저씨, 아줌마라는 소리에 버럭 화가 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타인에게 노화가 들켰다는 증거)
매해 나이 먹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스스로 노화를 인정하는 증거)
누군가 나이를 언급할 때 예민하게 군다면, (타인에게 노화를 인정하는 증거)....
뻔한 결론이죠,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인정하기 싫어도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는 걸 말이죠.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우치다케 마키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자 NHK 인기 드라마 원작 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오시 하나 씨는 올해 일흔여덟 살의 멋쟁이 할머니예요. 누가봐도 열 살은 젊게 볼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관리해온 그녀지만 처음부터 외모를 가꿨던 건 아니에요. 십 년 전 딸과 함께 쇼핑하다가 예순여덟 살인 자신에게 "칠십 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여요"라는 점원의 말에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 거예요. 겉모습이 젊어지면서 마음가짐도 바뀐 하나 씨는 늘 한결같이 다정한 남편 이와조와 함께, 꽤나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내고 있었죠. 하지만 남편의 죽음 이후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폭탄급 비밀이 드러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어요. 제목만 봐서는 노후를 즐겁게 살아가는 멋진 할머니의 삶이 펼쳐질 거라고 짐작했는데, 폭탄이 터지고 난 뒤로는 단순히 노화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대한 진지하고도 놀라운 탐구의 여정이라는 걸 알게 됐네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말은 결국 어떻게 나이들어 가느냐에 대한 고민일 거예요. 최근 노화를 나이가 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에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는 인식이 우세해지면서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고령자가 마법처럼 회춘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이미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라는 표현 속에 감춰진 다양한 의미들을 되짚어보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노년을 잘 대비하는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굉장히 현실적인 장면들 덕분에 흥미로웠고, 미리 일흔여덟 살을 경험해본 것 같아서 신기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