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 - 천년을 지켜온 사찰 공간과 건축의 비밀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이 있어요.

종교는 다르지만 전통 사찰에 가면 특유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는 우리 전통 사찰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목조건물은 천년을 넘게 견딘다고 하는데, 바로 그 천년을 지켜온 사찰이라는 공간을 건축학적으로 풀어내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현대 건축물과 비교하면 전통 건축물은 규모도 작은 편이고 소박해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네요. 이 책에서는 전통 사찰의 건축 원리와 그 안에 숨겨진 비밀들이 나와 있어서, 직접 구석구석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이제껏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 책 덕분에 건축 예술의 세계에 눈을 뜬 느낌이네요. 월정사 천왕문 측면에 그려진 신선과 두꺼비 벽화는 그림 속 장면이 신기해요. 맨발의 더벅머리 선인이 한 발을 치켜든 채 세 발 달린 두꺼비를 희롱하고 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선인이 두 손을 소매 안에 넣은 채 지켜보고 있어요. 이는 신선도의 한 장면인 유해가 세 발 두꺼비와 장난치는 모습을 표현한 유해희섬의 상황으로, 신선이 된 유해에게는 세상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갖춘 세 발 달린 두꺼비가 있는데, 이 녀석이 자꾸 물속으로 숨어버려서도 돈을 좋아하는 두꺼비를 잡기 위해 끈에 동전을 묶어 물속에서 건져냈다고 하네요. 사찰 출입문에 도가적 상징인 두꺼비와 신선 유해, 여덟 신선 중 한 명인 이철괴 등을 그려놓은 것은 불교가 도교적 상징을 수용하는 종교적 포용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고 하네요. 도교는 우리나라에서 유교나 불교처럼 교단을 형성하거나 큰 세력을 이루진 않았지만 문화와 잠재의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고, 무속과 민속, 유교와 불교에도 도교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데 민간 회화에서 심우도가 불교와 도교 사상이 융합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본성을 찾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심우도는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라고도 한대요. 곽암의 십우도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마음에 깊이 남더라고요. 전남 화엄사 구층암 모과나무 자연목 기둥 사진을 보면 못생기게 갈라지고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쓰고 있는데, 자연의 생김 그대로를 활용한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워요. 잘려진 나무일지언정 기둥의 용도로써 비틀어지고 구부러진 본연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느낌이랄까요. 판에 박힌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질릴 수 있지만 개성 있는 자연스러움은 세월과 함께 멋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오래된 전통 사찰들이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