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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작고 조용하게 - 한 장의 페리 필사집
한 장의 페리 지음 / 리틀프레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어요. 늘 커다란 것보단 작은 것들에 더 끌렸거든요.
첫눈에 반한 책, 《행운은 작고 조용하게》는 '한 장의 페리' 필사집이에요.
저자명에 '한 장의 페리'라고 적혀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어요.
"페이스트리. 내 삶은 의외의 타이밍에 훅 부풀기도 하는 식빵이 아니라, 한 겹 한 겹 착실히 쌓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페이스트리라는 것을 나는 어려서부터 일찍이 알았다. ... '하루하루 착실히 모아 가자. 무언가가 되고 있어. 쌓이고 있어.' 그 얇고 작은 축적들을 스스로 응원하고 축복하며 지금 여기까지 왔다. ... 얇지만 반드시 완성되는 세계. 페이스트리처럼.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지난 3년간 쓰고 내보냈던 <한 장의 생각> 원고들을 다시 모으고 추리고 골라서 이번 필사책을 완성했다." (4-5p)
유튜브 채널 '한 장의 페리'와 글 메일링 서비스 <한 장의 생각>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완성한 가장 첫 번째 페이스트리가 바로 이 책이라니 정말 멋지네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꾸준히 기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은 한 장의 힘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네요. 물론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매일 한 장을 읽고, 생각하며, 필사를 해봐야 자신만의 페이스트리를 완성할 수 있어요. 가끔 위축되고 울적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나를 믿고 사랑하고 응원해줄 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로 살 수 있으니까요. '한 장의 페리'의 문장들은 '응원', '사랑', '나', '지혜'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고, 한 장의 글 옆에 나란히 필사할 수 있는 빈 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한 장의 글 위에 적힌 숫자가 1부터 134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필사를 한다면 134일이 걸릴 텐데, 별것 아닌 일이지만 꾸준히 하면 특별한 일이 되는 것 같아요. 올해는 필사의 축복, 좋은 문장을 따라쓰면서 긍정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전하는 행운이랄까요. 원래 '페리'는 페이스트리의 줄임말이지만 저자의 좋은 문장 덕분에 마음이 위로되고, 힘이 나는 걸 보면 제게는 두 항구를 오가는 연락선 '페리(선박)'였네요.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를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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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혹 나에게 장마나 더위를 보내더라도 난 즐겁게 읽을 거야. 조용히
함께 장마이고 더위일 거야. 난 네 모든 여름이 궁금하니까. 우중충한
여름의 뒷면까지도. 그게 다 너를 이루는 거니까.
「줄어들지 않는 말」 (2023 7월호)
=> 여름을 겪는다는 것은, 지루한 장마와 폭염과 무서운 천둥 번개까지도
겪는 것이다. 너를 겪겠다는 내 마음도, 물론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8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