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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응용수학과 데이비드 섬프터 교수는 왜 이 책을 썼을까요.
《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수학의 쓸모, 즉 세상에서 수학이 얼마나 유용한 학문인가를 알려주는 내용이라면 이미 인정하는 바라서 새롭거나 충격적이진 않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들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했었죠. 우와, 이건 단순히 재미를 넘어 놀라운 비밀을 전격 공개한 거예요! '세상을 움직이는'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이 아니란 거죠. 실제로 10가지 방정식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분야까지 이미 깊숙하게 관여되어 있고 엄청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었네요. 그렇다면 나는 왜 두 눈을 뜨고도 이러한 상황들을 인지하지 못했을까요. 답은 간단해요. 수학적 사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관점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달라지는데 수학의 언어를 모르니까 수학적 관점이 생기질 않았고, 수학으로 된 세상을 볼 수 없었던 거예요.
"나는 지난 20년 동안 이 비밀결사의 활동에 참여해왔고, 그 비밀결사의 이너 서클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동안 나는 이 비밀결사가 하는 일을 연구하고, 그 비밀의 방정식을 현실에 적용해왔다. 나는 이 비밀결사의 코드에 접근함으로써 어떻게 성공에 이를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한 사람이다. 나는 세계 최고의 대학들에서 일했고, 서른세 살이 되기 하루 전날 응용수학 정교수로 임용됐다. 지금까지 나는 생태학과 생물학부터 정치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문제를 해결해왔다. 또한 나는 정부와 금융계를 비롯해 인공지능, 스포츠, 도박 분야에서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현재 나는 행복하다. 물론 성공을 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내가 느끼는 행복의 가장 큰 원인은 내가 그동안 알게 된 비밀이 나의 생각을 만들어냈다는 데에 있다. 이 비밀의 방정식들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방정식들 덕분에 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됐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 이제 나와 그들이 속한 비밀결사의 이름을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이 비밀결사의 정회원이 알아야 할 방정식이 열 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는 이 비밀결사를 'TEN (텐)'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이 비밀결사의 비밀, 즉 열 개의 방정식을 여러분에게 알려줄 것이다." (9-10p)
왠지 수학자라고 하면 연구실에서 복잡한 수식과 숫자들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 저자는 젊은 프로 도박사들과 직접 만나 협업하여 베팅하고 수익을 내어 본인이 개발한 축구 베팅 모델인 방정식이 통한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즉 세상을 보는 방식이 자신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베팅 방정식, 판단 방정식, 신뢰 방정식, 기술 방정식, 인플루언서 방정식, 시장 방정식, 광고 방정식, 보상 방정식, 학습 방정식, 보편 방정식까지 각각의 방정식이 무엇이며,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의 비결이 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어요. 최대한 집중해서 방정식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완전히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네요. 다만 저자가 정리해준 방정식의 교훈을 통해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는 배울 수 있었네요. 모든 비밀결사에서 가장 큰 위협은 그 비밀이 밝혀지는 것인데, 저자는 도리어 텐의 존재와 비밀까지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텐의 회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네요. 하지만 모두가 저자처럼 성공과 행복을 거머쥘 수는 없을 거예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어요. 텐의 회원이 되려면 새로운 사고방식부터 배워야 하는데, 그 방식이란 세상을 데이터, 모델, 난센스라는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거예요. 저자는 난센스를 배제하고 데이터와 모델에 집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합리적 사고, 더 명확하고 정밀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거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만이 텐의 구성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자가 도박을 시작했을 때 적용했던 베팅 방정식, 이에 못지 않은 내용이 담긴 벤터의 과학 논문을 발견했을 때 놀라웠던 점은 그 내용이 아니라 그 논문을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는 점이에요. 경마장에서 베팅 방정식을 사용해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 대단한 논문에 대해 거의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용 횟수가 100회를 넘지 않는다는 건 비밀결사 텐의 회원이 소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일 거예요. 결국 비밀결사의 비밀은 그 비밀을 알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이었네요. 그러니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고 낙담할 게 아니라 끝까지 비밀 코드들을 풀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