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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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실버타운을 홍보하는 영상들이 많아졌어요.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 1천만 명의 시대로 진입했네요.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니,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점점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들이 부각되면서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만약 아무도 겪어본 적 없는 미래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젊음의 나라》는 손원평 작가님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자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다룬 SF소설이에요.

저자는 2020년 발표한 단편 <아리아드네 정원>에서 미래의 노인 수용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고, 이번 소설에서는 그 세계관을 확장시켜서 보다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스물아홉 살의 주인공 유나라가 일기를 쓰는 형식이라서 독자들은 그녀의 일기를 엿보는 존재가 되었네요. 임시직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꿈은 낙원의 섬 '시카모어'에 들어가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거예요. 근데 현실은 그 청소일마저 해고되는 바람에 막막한 상황, 다행히 몇 달 전에 이력서를 넣었던 유카시엘에서 합격 통보가 오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데... 유카시엘은 노인 수용시설로, 최고 등급인 유닛 A부터 돈이 거의 없는 노인들이 머무는 유닛 F까지 나눠져 있고, 주인공이 그곳에서 하는 일은 상담 업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부유한 노인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거예요.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룸메이트 엘리야가 맨날 투덜대던 일을 주인공도 직접 겪게 된 거죠. 어쩌다 보니 유닛 A부터 유닛 F까지 모두 경험하게 되면서 노인 공화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미래 사회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해서, 진짜 이런 미래가 될까봐 소름이 끼쳤네요. 젊음의 나라는 젊음을 '욕망하는' 노인들의 나라는 어떤 지옥을 품고 있을지,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는 걸, 민아 이모의 입을 통해 들려주네요.

"살아낼 수 있는 데까진 살아낼 거야. 물론 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다시 무너지고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될지 모르지. 그러면 또다시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어두운 희망을 꿈꿀지도 몰라. 그런데 나라야, 그전까지 내겐 시간이 있어.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충분한 시간이. 그걸 알려준 게 너야. 그러니까 너도 네 마음이 이끄는 걸 끊임없이 찾고 좇으렴."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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