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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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아침에 전면 개방된 청와대를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더랬죠.

이토록 중대한 결정이 아무런 준비 절차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뤄졌다는 자체가 너무 황당했어요. 청와대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속사정을 알 길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묘했어요. 텅 비어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여전히 묵묵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이 있었네요. 《청와대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강승지님의 책이에요. 미술을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간 저자는 지난 정부가 출범하던 전날, 인사팀에서 "인사 발령 없습니다." (155p)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해요. 교체 없이 그대로 직무가 유지되면서 청와대가 변해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 되었고, 이 책에서 첫 출근부터 현재까지의 청와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나에게 청와대는 '직장'이었다. 직장이란 자리가 있고, 일이 있고,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 움직인다. 구내식당도 운영을 멈췄다. 조리팀 직원들의 이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남겨진 사람들의 식사는 각자의 몫이 됐다.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근처 관사로 뛰어가거나, 편의점에 줄을 서는 일이 반복됐다. 구내식당이 사라졌다는 건, 더 이상 이곳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뜻으로 다가왔다. '아, 내가 이어온 일이 아주 쉽게 없어질 수도 있구나.' 낯설었다 하나의 체계가 끝나고 다른 체계가 들어오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 시간은 조용히 나를 관찰자로 만들었다." (156p) 이상하게도 저자가 일하는 사람에서 관찰자로 변해버린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어 착잡하고 씁쓸했어요. 더군다나 다음의 일화는, 좀 화가 났어요. 관람객들이 출입증을 목에 건 저자를 향해 낙하산, 세금 운운하며 함부로 떠든 건 선을 넘는 무례함이고, 폭력이네요. 청와대가 개방되고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중 101경비단은 정복을 입고 초소에 서 있는데, 관람을 하던 여성이 갑자기 초소에 정복을 입고 정자세로 서 있는 101경비단 직원에게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더라는 거예요. 순간 초소 안 직원의 표정이 굳었는데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묶여 있더래요. 자랑스러워야 할 그 역할이 한순간 포토존 전시물로 변질된 거죠. 문득 이토 히로부미가 창경궁을 동식물원이 있는 창경원으로 만들어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사건이 떠오르네요. 저자의 말처럼 청와대를 받쳐온 사람들은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주목받지 않지만, 없으면 공백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 안에 존재했던 여전히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없었더라면 그 고마움을 몰랐을 거예요. 세상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탱하는 이들 덕분에 잘 굴러가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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