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으로 감각적인 책을 만났네요.

저자는 '진짜 나로 살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솔직한 마음과 예사롭지 않은 감각에 관한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인은 처음부터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 없이 써내려 간 글들이기에, '생각 없는' 이라는 제목을 붙였나봐요.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책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성실한 일상 속에서 가장 나답게 살고 있는 '나'에 관한 이야기, 그 주인공은 런던베이글뮤지엄 브랜드 총괄 디렉터 료예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일기장을 엿본 느낌이에요. 짧은 글 속에서 저자의 마음과 그 순간의 감각들을 만날 수 있는데, 함께 수록된 사진들과 료의 그림들이 큰 역할을 하네요.

"런던에 오면, 토요일엔 이변이 없는 한 포토벨로 마켓으로 간다. 아침 9시부터, 내내 신나는 빈티지 쇼핑을 하다 지쳐 배가 고파올 때쯤, 마켓의 끝자락에 바이브가 다 한 내가 좋아하는 델리가 있다. 맛이야 특별할 것 없던 브런치 정도지만, 내 입맛엔 그린커리 스프랑 후무스는 아주 괜찮은 편이고, 작지만 빼곡히 알찬 그로서리도, 바로 붙어 있는 와인샵의 와인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 이리저리 이유를 덧대어도 사실 이 식당이 좋은 건, 더 없이 바빠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근사한 바이브 때문이다. 늘 맛보다 에너지에 더 반하는 나는 소박하지만 스웩과 바이브의 힘이 있는 이곳이 그렇게 좋고 그런다." (22p) 이 글 옆에 노팅힐의 아침식사 사진이 참으로 근사하네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바이브, 저자의 말처럼 스웩과 바이브의 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사진을 통해 료가 바라보는 것들, 료의 시선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채워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장미가 시들어 잎을 떼어주려다가 꽃 한 송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진 꽃잎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워, 아끼는 접시에 담는다. 햇빛에 비춰보는 강아지 귀의 투명함과 얇기의 정도를 지니고, 그리고 태어나 끈적임 같은 건 가져본 적 없을 것 같은 보슬한 텍스처까지, 괜스레 나를 작은 시인이 되게 한다. 세상의 어지러움 같은 건 모르는 것처럼 곱고, 예쁘고, 사랑스러워, 참." (139p) 어쩜, 장미잎을 만지면서 그 보드라움에 반했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네요. 장미는 아니지만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아직은 갈 때가 아니라는 듯 싱싱함을 뽐내는 꽃잎을 작은 접시에 담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료가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 사진은 멋진 것 같아요. "사라지지 않는 상처들이 손이라는 도구를 만나면 예술이 되는 것 같아." (206p) 라는 글 옆에는 검은 바탕의 네모난 액자 안에 'I AM AN ARTIST'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맞아요, 예술가의 모습이네요. 어찌보면 누구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예술가가 아닐까요. 멋지게 살면 그 인생이 예술인 거죠.

"살아가면서 지름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지름길일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것을 누구의 속도도 아닌, 그저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계속 성실히 해나가는 것만이 가장 완벽한 나만의 지름길일 테니까요. '너만 알고 있어'라고 귓속말로 알려준 누군가의 길 말고요." (243p)

에필로그에 작가 인터뷰 글을 보니, 독자들에게 "누구나 인생에서 비에 젖은 '작은 새'가 될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끝났다' 생각하지 말고, 바닥을 딛고 다시 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셨으면 해요." (354p)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느낌 충만한 응원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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