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얕은 생각에 오랫동안 모아둔 물건들을 몽땅 버렸다가 후회한 적이 있어요.

이렇듯 마음이 쉬이 바뀔 줄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을 텐데, 쓰라린 경험 뒤에야 나에게 무소유는 가당치 않은 목표란 걸 깨달았네요. 물욕이 없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니, 보다 현실적으로 욕심을 살짝만 덜어내는 쪽으로 노력하게 됐네요. 물건 하나를 들여놓더라도 신중하게, 물건을 버릴 때는 몇 번이고 후회하지 않을까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네요. 그래도 여전히 쓸모보다 예쁜 물건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이겠지요. 제목부터 대놓고 속물근성을 밝히고 있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네요.

《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는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 물건에 담긴 기억으로 시작해 취미와 취향, 직업, 일상적인 생각과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첫 장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와일리 폴리의 엠파이어 쉐이프 찻잔 트리오, 정장 상의와 부토니에, 베스윅 스태퍼드셔 도그 도자기 인형, 메이커스 마크 버번 위스키, 브로바 슈퍼세빌, 6mm 비디오 카메라 테이프,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와 골든 아르누보 타로카드, 가정용 게임기, 반가사유상 굿즈, 당호 현판, 승마부츠와 헬멧, 작가의 서가, 임페리아 제면기, 작가의 정원에 핀 빈카꽃, 양 무늬 스웨터, 오페라글라스, 담장의 잡초, 영국과 아일랜드 지도가 나와 있고, 본문에는 물건이 건네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요. 남들에겐 비슷하거나 평범한 물건일 수 있지만 나한테는 특별한 물건이 되는 건 함께 한 시간과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일 거예요. 본인의 물욕과 속물근성을 드러내면서 철학적 사유로 연결되는 과정이 묘한 공감을 불러오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