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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어느 작가님을 콕 집어서 팬이라고 할 정도로 깊이가 있지는 않아요. 어쩌다 보니, 미야베 월드의 유명세만 듣다가 단편 신작 다음에 만나는 작품이 《귀신 저택》이네요. 미야베 월드 제2막이자 기타기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라는데, 낯선 곳에 온 이방인처럼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첫 장을 열었으나 나름의 친절한 설명과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네요.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은 이번 이야기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점을 독자들에게 사과했는데, 처음 미야베 월드에 들어선 입장에서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현대의 사건들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시대는 달라도 사람들이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거예요.
"올 연초에 센키치 대장은 제철도 아닌 복어를 먹다가 중독되어 급사하고 말았다. 대장의 유지에 따라 오캇피키 자리는 수하 가운데 누구도 물려받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기타이치가 오캇피키를 흉내 내듯 활약한 적은 있지만, 본인에게는 아직 오캇피키가 될 각오가 없었다." (15p)
오캇피키? 일본 에도 시대에 범인을 잡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역할, 일종의 탐정들을 가리켜서 오캇피키라고 불렀는데 급료가 얼마되지 않아서 생계를 위한 수단이 따로 있었대요. 센키치 대장의 생업은 문고가게, 여기서 문고는 책이 아니라 책을 넣어 보관하는 종이상자를 뜻한대요. 문고가게는 만사쿠라는 최고참 수하가 물려받았는데, 막내 견습생 오캇피키인 기타이치는 부모처럼 여기던 대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거리를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만사쿠 · 오타마 부부와 싸워서 사이가 틀어졌네요. 보통 이렇게 틀어진 관계라면 미워서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데 역시 기타이치는 뭔가 다르네요. 아무래도 기타이치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은 이미 인간됨을 알아본 것이겠지요. 도난 사건, 화재 사건, 여성 연속 유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 당연히 사건해결에 주목하기 마련인데 사건도 사건이지만 여러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가 매우 흥미로웠네요. 아직 견습 오캇피키인 기타이치, 근데 그의 곁에는 기타지, 짱구, 마쓰바, 구리야마 등등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무엇이든 해결해나갈 거라는 든든함이 있네요. 제목은 귀신 저택인데 별별 인간들을 지켜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