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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고수고수 외 지음 / 엘릭시르 / 2025년 6월
평점 :
한여름 더위를 싹 날려줄 오싹한 공포까지는, 기대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이 소설들은 공포 장르가 아니라 미스터리 장르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시신들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무서울 순 있지만 독자들이 집중해야 할 건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요. 단순히 누가 살인범이냐를 추리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깊숙하게 사건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어요. 늘 그렇듯이 사건 이면에 훨씬 많은 비밀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걸 발견할 때의 짜릿함이 있어요. 일단 첫 장을 펼치고 나면 다음 장으로 휘리릭 읽게 된다는 점에서 더위를 아주 살짝 잊을 만한 몰입도는 기대해도 좋아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소설집이라는 점, 아참,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빼놓았네요. 이 책은 《제8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이에요.
수상작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대상 수상작으로, 고수고수 님의 <거짓말쟁이의 고리>인데 과감한 도입부와 기발한 설정이 어우러져서 마지막 순간에 쾅, 터트려주는 묘미가 있어요. 가장 속도감 있는 전개와 대표적인 트릭의 조합이라서 '역시 대상감이다!' 싶었네요. 아무래도 이런 작품은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고, 그냥 읽으면 모든 것들이 "아하~~"라고 정리될 거예요.
두 번째 이야기는 강연서 님의 <탈태>인데 몽골에서 러시아 국경 지대를 통과하는 기차 안에서 낯선 브랴트어가 등장하는 매우 이색적이고 섬뜩한 동상이몽을 보여줬네요. 세 번째 이야기는 교묘 님의 <승은만은 원치 않소>는 새로 즉위한 왕과 어린 궁녀의 이야기인데 굉장히 흥미진진한 예고편을 본 느낌이었네요.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왠지 웹소설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교묘 님은 웹툰 회사에 7년째 재직 중이고 다수의 웹툰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했다고 하니, 웹툰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은 이야기였네요. 네 번째 이야기는 김지윤 님의 <설원해담>은 구성이 특이한 미스터리를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한데 제목과 스토리가 착 붙지 않는 것 같아요. 다섯 번째 이야기는 송수예 님의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인데 무시무시한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초반에는 강하게 작용하다가 점차 약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건 미스터리 요소가 약해서가 아니라 전반에 깔려 있는 슬픔과 한이 너무 커서 흐름 자체가 무거워진 게 아닌가 싶어요. 중요한 건 출판사 엘릭시르 덕분에 대단한 미스터리 단편 다섯 편을 만났다는 거예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다채로운 미스터리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을 받은 거예요. 준비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