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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익스포저 (포토에세이) ㅣ 듄 시리즈
그레이그 프레이저.조쉬 브롤린 지음, 채효정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평점 :
압도적인 블록버스터 SF 영화 <듄>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놓칠 수 없는 특별한 책이 나왔어요. 세계적인 SF 베스트셀러 소설 《듄》 원작의 동명 영화, 워낙 팬덤이 두터운 작품이라서 팬이 아닌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세계관인데, 드니 빌뇌브 감독이 웅장하고 신비로운 영상으로 구현해낸 덕분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게 아닌가 싶네요.
《듄 : 익스포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2부작의 촬영장 뒷이야기를 담은 포토에세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만든 이는 촬영 감독 그레이브 프레이저와 배우 조시 브롤린이에요. 영화 장면 외에 촬영 현장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진과 배우 조시 브롤린의 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글의 내용이 배우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와 소감들이라서 색달랐네요. 듄의 세계관 속 음유시인과 현실 배우의 일기가 접목된 글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 홍보 목적의 글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배우 시점의 촬영 현장 에세이였네요.
"촬영장은 전쟁터 같다. 도착하기 전부터 최선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했지만, 그 모든 건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상상을 맡은 시냅스 안에서만 펼쳐졌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현실의 전기가 흐른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무슨 맥락인지 모를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수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 연기 경력이 있는 배우조차도 긴장감을 느끼며 전쟁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만큼 진지한 분위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감독이 고함을 치고 있지 않지만 목소리에 엄격함이 깃들어 있고 배우는 그걸 근육으로 느낀다. 배우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하지만 그렇게 해서 돌아간 내면의 아이는 자신이 예술의 이름으로 여기 있기로 선택했음을 안다." 똑같은 촬영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촬영 비하인드 컷 인터뷰가 수록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생생한 표정이 담긴 사진들을 보니 그걸로 만족해요. 이 기록들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제작 전에 조시 브롤린과 그레이그 프레이저에게 영화를 제작하는 여정을 비공식적으로 기록해 주면 어떻겠냐는 제안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네요.
"제작팀은 그림자가 부리는 변덕을 틀어쥐고 이제는 거무스름해진 모래 언덕의 정점에 지쳐 눕는다. 검게 칠한 형상들이 지형을 미끄러져 내려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색채가 휩쓸고 간 자리처럼 변모한다. 사납게 날뛰는 미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막이라는 환경에서 촬영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도전인 것 같아요. 결국 프랭크 허버트가 창조한 아라키스의 신비로운 사막 세계를 영상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했네요. 영화 <듄>과 <듄 : 파트2>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포토에세이였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