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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만 몰랐던, 정확히는 작년에 처음 알게 된 역사추리소설 시리즈가 있어요.
엘리스 피터스가 장장 18년에 걸쳐 완성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원작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북하우스에서 작년 여름, 전면 개정판이 나왔고, 1권을 읽으면서 감탄했네요.
올해 여름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욕망의 땅》과 함께 했네요. 이번 이야기는 기증받은 땅 속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신으로 시작되네요. 호먼드 수도원에 기증된 땅이 수도원과는 거리가 멀고, 근처에는 슈루즈베리 수도원이 있어서 양쪽 수도원이 토지 교환을 하게 됐고, 그 땅을 일구던 일꾼들이 시신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도대체 죽은 자는 누구이고, 왜 그곳에 묻혀져 있는 걸까요. 시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에 싸여 있었고, 큼직한 왕관처럼 꼬아 올린 머리채를 제외하면 뼈만 남은 상태였어요. 특이한 점은 양 두 손이 가슴 위에 모아 겹친 채 편안히 몸을 뻗은 모습이었고, 손에는 기이하게도 막대기 두 개를 다듬어 린넨 끈으로 묶어 만든 조악한 나무 십자가가 쥐여져 있다는 거예요. 타살의 흔적을 찾을 순 없지만 자연사라고 하기엔 몰래 매장했다는 점이 수상쩍은 거죠. 근데 시신이 발견된 땅은 원래 '도공의 땅'이라고 부르던, 실제 도공이 살았지만 그 도공이 아내를 버리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면서 버려진 땅이 되었어요. 오두막 근처에서 발견된 시신이라 도공의 아내일 거라는, 어쩌면 남편이 죽인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 도공이 지금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있는 루알드 수사라서 곤란한 상황이 된 거죠. 이때 나타난 젊은 수사는 뭔가를 아는 듯 한데... 캐드펠 수사는 차근차근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역할이에요.
"우연이 아니야. 자네 생각이 옳았네.
비슷한 일이 그렇게 반복해서 나타난 것에는 이유가 있었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의 손이 끼어든 게야." (214p)
캐드펠 수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를 소개한다면, '산 자들의 것이든 죽은 자들의 것이든,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서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시신의 정체와 숨겨진 진실을 알고 나니, 행정장관이자 친구인 휴 베링어와 캐드펠 수사의 판단을 수긍할 수밖에 없네요. 인간으로서 판단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였네요.
"우리의 정의라는 것은 간혹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도 모르오. 오른쪽 모습이 있어야 할 자리에 왼쪽 모습이 있고, 악이 선으로, 선이 악으로 비쳐지기도 하지. 형제의 천사가 그녀에겐 악마였을 수도 있소.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한 하느님의 정의는 결코 실수가 없는 법이지." (35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