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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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됐어요.

일단 1권을 읽는 순간, 역시나 밀리언셀러는 다르구나 싶었네요. 중세 수도원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장미의 이름' 외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캐드펠 수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중세 영국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는 캐드펠이라는 이름의 나이 든 수사가 있었으니, 그는 살인이나 납치, 실종 등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남다른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나가는 '은둔의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캐드펠 수사를 탄생시킨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1977년 시리즈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간하여 마지막 20권 '캐드펠 수사의 참회'를 1994년 완결했어요. 북하우스에서 작년,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판 전면 개정판이 나온 거예요. 과거에 출간된 책과 비교해보면 세련된 표지 디자인 덕분에 한층 더 중세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살아난 것 같아요.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 다양한 눈들로 장식된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한몫을 하네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는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이에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디스 펄, 그녀는 3년 전 남편과 아이를 잃었어요. 신실한 마음을 지닌 주디스는 자신의 집과 땅을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증여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어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매년 위니프리드 성녀 축일에 자신의 집 담장 옆에서 자라는 장미나무의 백장미 한 송이를 전달해달라는 것. 참으로 소박한 요청이건만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그 백장미는 주디스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남편과의 추억이자 모든 것이기에, 수도원에서도 장미꽃을 전달하는 일을 특별하게 여겼고, 그 일을 엘루릭 수사가 맡았어요. 바로 그 장미나무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한 엘루릭 수사, 도대체 누가 왜 장미나무를 도끼로 찍어놓고, 엘루릭 수사를 죽인 걸까요.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단서는, 남편을 잃은 주디스가 매우 젊고 아름다운 데다가 부자라는 사실이에요. 범인이 누구냐를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죽어버린 장미나무에서 꺾은 마지막 장미꽃의 존재가 압권이었네요. 고선경 시인의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는 시 중에 "기억하겠니? / 바다는 아무리 헹궈도 바다라는 것 /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할 거라는 것 / 그때 네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건 말이야 / 이미 내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라는 구절이 떠올랐네요. 사랑,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아름다운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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