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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평점 :
언젠가 딱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주제는 나의 인생, 그 어디에서도 말한 적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만들겠다는 혼자만의 상상인 거죠.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면서 미래에 나올 그 책을 떠올렸어요.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197p)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인간 김영하를 보여주는 민낯이기에 이 글을 써내려간 그 마음을 생각했네요. 첫 장에는 '이 세상으로 나를 초대하고 먼저 다른 세계로 떠난 두 분에게'라고 적혀 있네요. 아버지와의 일화들, 살아생전 아버지가 바란 것과 아들이 바란 것이 언제나 달랐다는 것이 서로 마음을 닫아버린 이유였다니...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들과 자녀 세대와의 불통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데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슬프네요. 가족이라는 존재는 가까워서 더 안 보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의 품을 떠나 봐야 비로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이끌리는 것만큼이나 자명하며, 그걸 받아들인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부모를 포함해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해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리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61p) 전혀 다른 곳에서 비슷한 깨달음을 얻으며 어른이 되었네요. 더 자랄 것 없는 어른, 이제는 나이만 늘어가지만 그 나름대로 좋은 것 같아요. 남은 것은 한 권의 책, 단 한 번의 삶을 써내려갈 차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