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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없이 약해질 때가 있어요. 조그맣게 웅크린 나...
그럴 땐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분명 힘이 되는 존재는 있더라고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박상률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힘이 되어 준 작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네요. 가장 첫 번째로 꼽는 인물은 '내게 특별한 거인'이라고 표현한 마크 트웨인과 현진건이네요. 미국의 마크 트웨인과 국내 작가로는 현진건, 두 사람은 문학적으로나 삶에 있어서나 모두 충실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 덕분에 작가라는 신분으로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하네요. 작가에게 좋아하는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작가가 되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로서 수많은 작품을 읽으며 감동했을 순간들, 그 세세한 부분들까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에 소개된 작가들을 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분들이라 새로움이 주는 기쁨이 있네요. 전병석 시인의 시집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 에 수록된 「병상에서」 전문, "지난밤 거친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으려 버틴 것은 네가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네 말 때문이다. 홀연히 어느 바람에 떠나더라도 슬퍼하지 마라.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길 빌어라." (66-67p)를 읽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네요. 세상에 시가 없었더라면 그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예요. 서정홍 시인이 시를 쓰는 까닭은 "살아 있는 기쁨에 마음 설레고 싶기 때문"이고, 그러기 위해 그는 시 「그리하여」에서 "우리, 조금 더 / 쓸쓸해야 하느니 / 쓸쓸해야 사람이 그립고 / 사람이 그리워야 /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느니" (159-160p)라고 노래했다고 하네요. 농사 짓고 시를 쓰는 모든 것이 결국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는 시인의 말이 촉촉하게 마음을 적셔주네요. 주저앉아버린 나를 다시 일으켜준 이가 누구인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준 이가 누구인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작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와닿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