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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2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형제를 좋아하는 백인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거죠?"
"그냥 지역이 그런 거야. 우린 그런 세상에서 자랐어. 집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자라지.
이곳은 바이블 벨트야. 눈에는 눈, 뭐 그런 거지."
"신약성경과 예수님이 하신 용서에 대한 설교는 다 어떻게 된 거죠?"
"그건 받아들이기 불편하잖아. 예수님은 사랑이 먼저라고 하셨고 인내, 포용, 평등도 가르치셨지. 그렇지만 내가 아는 기독교인 대부분은 성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내는 데 아주 솜씨가 좋아."
"그건 백인 기독교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346-347p)
존 그리샴의 장편소설 《자비의 시간》은 1, 2권으로 긴 이야기 안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엄마의 남자 친구를 죽인 열여섯 살 소년 드루의 변호를 맡은 제이크 브리건스, 그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인물이에요. 그가 최선을 다해 드루를 변호하는 과정을 보면서 평범함 속에 숨겨진 양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네요. 저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걸 탓할 순 없는 일이고, 다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자는 거예요. 겉보기엔 좋은 이웃이었을 스튜어트 코퍼, 만약 그가 백인 남성 경찰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악행이 드러났을 거예요. 약점과 허물을 적당히 눈감아주는 사람들이 괴물을 키운 격이에요. 괴물, 악마, 뭐라고 부르든 인간은 아니에요. 쉽게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미국의 특수성 때문에 총기 사건이 줄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보호 차원에서 총으로 무장하는 사람들, 애초에 총기 소지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들이네요. 총 대신 법으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거라는 사회적 신뢰가 쌓여야 해요. 판사, 변호사, 경찰, 마을 사람들, 교회 사람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을 통해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네요. 우리편, 남의 편으로 가르는 편협한 이기심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진짜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비의 시간, 사실은 우리 모두의 시간임을 일깨우는 이야기였네요.
"난 정치는 생각하지 않네, 제이크."
"글쎄요, 판사님은 정치를 생각하지 않는 최초의 정치인이시네요." (36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