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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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신기하고 놀라운 책!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퍼즐형 추리소설인 《카인의 턱뼈》가 출간된 시기는 1934년이에요. 영국의 십자말풀이 작가 에드워드 포이스 매더스가 소설 형식으로 만든 골치 아픈 문학퍼즐인데,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미션이 있어요.

처음 출간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한 정답자는 단 4명, 우리나라에서는 2024년 한국판 출간 기념으로 정답 응모 챌린지를 진행했는데 아쉽게도 한국 최초의 정답자는 나오지 않았어요. 작년에 이 소설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면서 전 세계 추리덕후, 탐정들이 도전하고 있는 미스터리 퍼즐이네요. 저자가 필명으로 토르케마다, '종교적 광기', 잔인한 학살자로 악명 높은 스페인의 종교재판관 이름을 빌렸다는 게 의미심장하네요.

책의 외형부터 소개하자면 작은 수첩 크기로, 첫 장을 펼치면 간략한 안내서와 낱장으로 떼어낼 수 있는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뒤죽박죽 섞여 있는 소설 내용을 바로잡고 그 안에서 살해당한 여섯 명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름을 찾아내는 거예요. 100쪽짜리 소설은 살인사건과 관련된 100장의 진술서라서 한 장씩 뜯어내어 퍼즐을 맞추듯이 날짜, 지명, 인명, 사건 등 숨겨진 단서를 찾고, 관련된 단서들끼리 분류하여 순서를 재배열하면 돼요. 주어진 텍스트에 집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놀이인 동시에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난해한 미션이네요.

"말할 필요 없이 나는 그날이 마지막 날임을 몰랐다. 뒤돌아보건대 지난 나날이 많은 일들, 그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지 못하며 살았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나는 그가 한 남자에 관한 두 개의 글을 읽으면서, 오늘이 그자가 나타난 날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중 하나는 묘한 매력의 잔인하고 노회한 멋쟁이가 놈의 목구멍에 낚싯바늘을 걸어야 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그자를 점잔 빼는 위선자나 멍텅구리라 칭하면서, 무엇보다 그가 집배원을 낚싯밥처럼 괴롭히고는 벨레로폰의 편지를 배달하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_74

각 장에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러 진술서에서 공통된 내용이 있는지를 맞춰가야 해요. '나'를 중심으로 이름이 언급된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려보면서 살인자와 피해자를 확인해가는 거예요.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 번역본과 나란히 영어원문이 수록되어 있어요. 원래 언어유희, 언어로 만든 암호니까 영어원문이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라고 봐야겠죠. 그냥 읽는 차원이 아니라 대단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체험형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놀랍네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이것만큼 자극적인 게 또 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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