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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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9년에 개봉한 영화 제목인데, 30여년이 지난 오늘도 똑같은 얘길 하고 있네요. 치열한 입시경쟁 구도는 바뀌지 않았고, 눈부신 경제 발전 뒤에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짙은 그림자가 깔려 있네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 즉 소득이 늘어도 시민들의 행복은 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네요. 눈 떠보니 선진국, 2021년 유엔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는데 이듬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2025년 현재까지 4년 연속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1년 전에 비해 GDP가 얼마나 늘었는지 따지는 성장률이 국가 간 경쟁의 성적표인데 경제 모범생으로 평가받던 한국은 수출과 산업구조, 금융 등 경제 전 영역에서 익숙했던 질서가 무너지면서 성장시대가 저물고 있어요. 이제는 성장에 대한 환상, 착각,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네요.

《성장이라는 착각》은 탈성장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우려는 착각이며,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지구와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전 세계는 자본주의를 통해 성장해왔으나 동시에 자본주의 때문에 빈부 격차가 심화되었고 기업 이익 증대를 위한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환경과 기후변화를 악화시켰어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새로 창출된 부의 3분의 2를 상위 1%가 차지하는 동안, 8억 명이 넘는 사람은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었다고 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시바 박사는 "1%가 규칙을 세우고 민주적인 정부를 '하이재킹(납치, 장악)'하며,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상위 1%가 스스로 탐욕을 제어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 (163p)라면서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래 지배적 사회 시스템이 된 남성 중심 가부장제가 현대 자본주의와 결합해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넘어 지구 환경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환경과 여성의 문제는 분리된 이슈가 아니다. 세계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는 자본주의 가부장제는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제도이다. 자본주의 성장 패러다임이 지구와 여성을 약탈해왔다." (181p)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상위 1%가 나머지 99%의 삶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저항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생산량 증가만을 의미하는 성장 제일주의를 버리고 모두가 잘 사는 탈성장 경제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탈성장은 성장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자는 거예요. 성장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회를 더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탈성장이고, 인간과 지구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속도를 늦춰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자는 거예요. 이때 핵심 원칙은 돌봄과 연대, 사람들과 더 많이 관계를 맺고 공유함으로써 더 평등한 사회에서 더 적게 일하면 삶의 행복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거예요. 탈성장을 공격하는 보수, 상위 1%의 속셈은 이기적인 탐욕이기에 새로운 시스템 개혁이 필요해요. 따라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정치권과 정부를 움직이고, 현재 불평등한 구조를 새롭게 바꿔나갈 수 있어요. 탈성장 시대에 생태계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려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고,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네요. 공동체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해지는 길, 그 대안은 탈성장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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