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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것은 가짜다 -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인생론 ㅣ 정민의 연암독본 1
정민 지음 / 태학사 / 2020년 12월
평점 :
제목을 보자마자 쾅!
머릿속에서 번쩍, 번개가 치는 느낌이었네요. 본질에 대한 통찰이라는 점에서 놀라웠어요.
《비슷한 것은 가짜다》는 정민 교수님의 '연암 박지원 읽기' 책이에요.
우선 연암 박지원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였다는 것이 전부라서 궁금했어요. 연암의 글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 원문을 직접 해독할 수 없는 독자 입장에서는 깔끔한 번역과 친절한 해설이 필수라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었네요. 저자는 연암 박지원의 대표 산문들을 스물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발췌한 문장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연암의 인생과 문학, 사상,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번 책은 20여 년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눈이 어두운 탓에 이제서야 발견하여 읽을 수 있었네요. 책도 사람과의 인연처럼 만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시대 최고의 연암 읽기, 저한테는 지금이 바로 인연의 시간이네요.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곱씹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문장들이기에, 오래오래 곁에 두고 읽게 될 책이네요.
"나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연암의 「코끼리 이야기를」를 에코가 읽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는 언제나 실체는 간데없고 기호만이 괴력을 발휘해 왔다.
기호가 말씀이 되고 권력이 되어 살아 숨 쉬는 사물의 생취를 억압해 왔다.
기호와 세계 사이의 불균형과 간극은 영원히 메워질 수 없는 것인가?" (25p)
"그림으로 꼭 같이 그린다고 해도 그림 속의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이것들은 모두 '사 似', 즉 비슷하기는 해도 진짜는 아니다. 이와 같이 아무리 옛것을 흉내 내 봐도 결국 비슷함에 그칠 뿐 종내 옛것은 될 수 없다. 그러면 어찌할까? 그러면 어찌할까? 글쓰기를 그만둘까? 곤혼스러워하는 내게 연암은 이렇게 찔러 말한다. '와! 진짜 같다. 정말 꼭 같다.' 이런 말들 속에는 이미 가짜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다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왜 비슷해지려 하는가?
왜 '진眞'을 추구하지 아니하고 '사 似'를 찾아 헤매는가? 비슷한 것은 이미 진짜가 아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그러니 비슷해지려 하지 말아라." (150p)
우리는 스스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를 물어야 해요. 비슷하게 따라하고 흉내내는 가짜가 될 것인지, 제 목소리를 내는 진짜가 될 것인지. 또한 코끼를 앞에 세워놓은 연암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