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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음악을 한다는 것'은 나아가 '삶을 산다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몸으로 부딪혀 끝내 알아낸 이의 담담한 고백과 같다고..." (7p)
늘 궁금했어요. 음악을 '하는' 삶은 어떨까라는.
그건 아마도 가본 적 없는 길, 예술에 대한 동경일 거예요. 음악의 힘은 놀라우니까요.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 김보미님의 에세이예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해금을 잡았던 중학교 시절부터 잠비나이의 멤버가 되어 장르를 개척하며 성장해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사실 해금은 우리 전통 악기들 중에서 조금 낯설지만 그 선율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여운이 있어요. 해금은 주먹보다 살짝 큰 나무통에 길쭉한 대가 꽂혀 있고, 줄을 감아 고정시키는 두 개의 장치 위로 뻗은 대는 끝이 안쪽으로 살짝 휘어 있어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모양을 하고 있어요. 두 줄 사이에 대나무 가지에 말총을 끼워 만든 활을 밀고 당기며 바깥으로 안으로 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데, 해금에는 지판이 없어서 모든 음을 연주자의 감각에 의존해 만들어낸다고 해요. 지판이 없어 어려웠던 해금 때문에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고, 긴 슬럼프를 지나 오히려 지판이 없는 해금으로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 새로운 장르 개척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신기해요. 단점으로 여겼던 악기의 특성이 장점으로 변하는 긴 시간 동안 해금이 천천히 저자의 삶에 스며들었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주네요. 해금을 연주할 때는 바깥줄과 안줄, 유현과 중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서 두 줄을 오가는 음색과 음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훈련을 한다고 해요. 해금 연주에서 균형을 잡는 연습처럼 인생도 똑같은 것 같아요. 연주자, 음악가, 예술가의 삶은 나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인생의 길 위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러니 고단한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음악을 '하는' 삶은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네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잠비나이의 공연을 할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종종 만나게 된다고, 왜 눈물을 흘리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눈물을 흘려봤기에 벅찬 감동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음악이 주는 위로,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나서 '잠비나이'의 공연들을 찾아보니, 내적 친밀감이 더해져서인지 감동을 넘어 응원의 마음이 생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