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열린책들 세계문학 294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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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뭐 하세요, 아빠?」

「새로운 직업의 첫발을 내딛는 중이란다.」

「작가가 되시려는 거예요?」

「그래, 상상력이 필요한 작가.」

「돈을 많이 벌게 되나요?」

「적당히 벌게 될 거야, 밀리. 만약 내가 집중하고, 정기적으로 쓴다면 말이야.」 (123p)


아빠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점에서 작가는 맞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작가는 아니에요. 영국 스릴러 소설의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1958년 작품, 《아바나의 우리 사람》이라는 소설 주인공을 소개하고 있어요. 작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다면 아빠의 정체는 스파이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으려나... 흥미로운 건 비밀정보기관을 속이는 스파이라는 거예요. 남들 모르게, 은밀하게 활동한다는 점에서 사기꾼과 스파이가 닮았다면 상상력을 발휘하여 글을 쓴다는 점에서 작가와의 공통점을 찾아냈네요. 딸에서 본인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아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예요. 그는 현재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진공청소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입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예요. 마흔다섯 살의 이혼남으로 열일곱 살 생일을 앞둔 딸 밀리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낭비벽이 심한 밀리 때문에 매일 돈 걱정을 하고 있어요. 마침 돈이 필요했던 워몰드에게 짜잔, 영국 런던의 비밀정보기관에서 스파이 제안을 한 거죠. 뭘 믿고 그를 선택했을까요. 바로 이 부분이 저자가 노린, 의도적인 설정이네요. 작가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오락물, 코믹 소설로 규정했고, 쿠바가 아니라 비밀 정보부를 놀리려는 목적으로 썼다고 밝혔대요. 쿠바 혁명을 비롯한 20세기 영국과 미국에 관한 역사적 지식이 있다면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되겠지만 모른다고 해도 주인공의 활약을 지켜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네요. 다만 역자 해설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인 캡틴 세구라의 실제 모델이 에스테반 벤투라 노보라는 사실을 알고는 많이 놀랐어요. 그는 폴헨시오 바티스타 대통령의 독재 정권 기간에 바티스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가혹한 고문과 살인을 저지른 경찰인데 소설에서는 폭력적인 면모보다는 밀리에게 추근대는 추잡남의 특징을 더 강조했네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최악이지만 작가 입장에서 캡틴 세구라는 배경일 뿐, 진짜 목적은 "그자들은 바보"라는 걸 말하고 싶었나봐요. 나쁜 놈들은 그냥 나쁜 거니까,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유일한 진실은 이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 깜박했네요. 세상엔 누군가의 조국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어요. 안 그래요?" (357p) 라는 말뜻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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