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얘기해도 - 5.18민주화운동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마영신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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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얘기해도》는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책이에요.

제목이 의미심장한 것 같아요. 왜 아직까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진실인양 떠드는 이들이 있는 걸까요.

이 책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 하는 역사만화예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교육적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를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로 분열시키는 무리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예방적 목적이 더 큰 것 같아요. 학교에서 다 배우는 한국사인데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만화에 등장하는 남학생(2020년 서울의 모 고등학교 재학 중)과 학교 선생님을 보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네요.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인식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모로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5·18 관련한 가짜 뉴스 중 가장 경악스러운 것이 '광수(광주에 내려온 북한특수군)'로 언급되는 북한군 개입설인데, 악성종양마냥 끊임없이 생산 유포되고 있어요. 만화에서 그 남학생이 우연히 광수 사진과 얘길 접하면서 친구들과 돌려 보다가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장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점점 비뚤어지는 남학생의 태도를 단순히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 탓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 남학생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주변에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만약 제대로 된 필터 없이 일베를 비롯한 극우 유튜버들이 퍼나르는 역사 왜곡과 폄훼 내용들을 받아들인다면... 이를 즐겨보던 윤 씨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최근 회자되는 말이 있어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미워하면 안 됩니다." 텍스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의 입에서 나왔느냐가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뒤이어 발언했던 '광주사태'라는 단어예요. 이는 5·18이 발생했을 때 신군부가 독재정권에 저항한 시민들의 행위를 폭동으로 몰아가며 사용했던 용어라서 경악스러운 거예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공식 명칭은 노태우 정권 시절에 규정된 것이고,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5주기가 되었는데, 일흔다섯 살의 전직 총리가 명칭을 잘못 말한 것이 단순히 실수였겠어요. 지금도 여전히 왜곡되고 폄훼된 5·18의 진실, 그래서 《아무리 얘기해도》는 끝나지 않았어요.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학살자 수괴는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고, 거짓 회고록까지 출간하며 뻔뻔하게 살다가 갔지만, 그 유골함은 자택에 있다고 하네요. 우리 사회는 왜 그를 단죄하지 못했나, 그는 왜 끝까지 사죄하지 않았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금 그를 소환하게 됐네요. 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사법적 단죄가 이뤄져야 반복되는 비극을 끊어낼 수 있어요. 5·18 민주화운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유튜브, 포털, SNS 가짜뉴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허튼 짓을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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