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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향해 쏴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들은 부조리한 시대의 희생자이면서 부조리한 삶을 적극 수용한 사람들이었다.
내게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또 다른 숙제였다. 그렇게 해서 그해 5월은 내 마음속에 깊은 상처와 또렷한 기억을 남기고 지나갔다. 사람을 죽이는 한 자루의 권총과 실탄 3발을 남겨 놓은 채." (197p)
5월 18일이 다가오네요.
45년 전 그 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신군부에 맞서 싸웠고, 계엄군들은 무자비하게 광주 시민들을 진압했어요.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신군부는 저항하는 세력을 적색분자, 불순세력, 폭도 등으로 규정하며, 언론에서는 광주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가짜뉴스를 퍼뜨렸어요. 선량한 시민들을 하루 아침에 폭도로 둔갑시켜 총칼을 겨눴던 그날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태오와 유키코, 두 사람은 이방인처럼 낯선 그곳에서 처음 만났고, 그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됐으나...
《부조리를 향해 쏴라》는 최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목만 봤을 때는, 부조리를 향해 뭔가를 쏘는 주체는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네요. 소설은 주인공 태오를 부조리한 역사와 시대에 던져버렸네요. 현대사의 비극적인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주인공은 부조리한 세상,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 같아요. 과연 부조리는 무엇일까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조리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태오에게 수지는 이렇게 말했어요. "부조리에 대항하는 한 세상은 보이지 않을 거예요. 부조리에 역류하는 한 자신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부조리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378p)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태오는 그 의미를 알게 되는데, "부정과 저항과 적개심으로 가득찬 삶은 결국 추락한다는 뜻이었다. 나방처럼 불을 보고 달려드는 인간은 반드시 타버리고 만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사람은 뼈저리게 절망할 수밖에 없다. 부조리를 껴안고 입맞추는 사람만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부조리는 이기고 꺾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순응하는 대상이다." (378p) 라는 거예요. 80년대 청년 태오가 살아온 삶, 그 끝에서 현재 우리 사회를 만나게 되는데, 참으로 충격적인 결말이네요. 부조리 그 자체, 적나라한 민낯을 목격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이야기였네요. 그들이 아닌 바로 나, 부조리해진 나를 마주하는 것이 최종목적지였으니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