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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전에는 학교 괴담들이 참 많았어요.
밤 12시만 되면 동상이 움직인다거나 학교터가 공동묘지 혹은 전쟁 때 사람들이 많이 죽었던 장소라서 귀신이 나온다는 등등. 실제로 봤다는 아이는 없었지만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해야 했던 시절에는 억압적인 교육 환경 자체가 귀신보다 더 무섭고 끔찍했던 것 같아요. 괴담은 일제강점기에 생겨나서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폭력적 군대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재하면서, 특히 학교가 주무대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학교마다 하나씩 있는 미친개... 저 역시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학교라는 공간을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학교괴담이 하나의 공포 장르였듯이, 판타지 장르에서 학교는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끼지는 장소였어요. 호그와트 마법학교 같은... 근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밤의 학교를 만날 수 있었네요.
《밤의 학교》는 허남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학교라는 공간을 매우 중요한 역사의 현장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네요. 고등학생인 주인공 '나'와 기웅이는 고2가 막 시작될 무렵에 실체 엽서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즈음 잊을 수 없는 한 통의 엽서를 만났어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이 모두 지워졌고, 사연만 흐릿하게 적혀 있는 엽서였어요.
'중국 쿤밍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늘 윈난성의 지도자를 찾아가 힘들게 추천서를 받았습니다. 내일 항공학교로 갑니다.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12p)
이 엽서가 12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티켓이 될 줄이야... '나'는 학교 축제 공연을 위해 희곡을 썼는데, 친구 기웅이와 은서가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과 꿈 같은 시간여행이 맞물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 지사와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송몽규 지사, 김구 선생님, 윤동주 시인... 수많은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흘러간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뭉클한 감동을 주네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의 결과라는 것, 역사는 우리 안에 흐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