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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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전소설은 우리에게 예기치 않은 놀라운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이야기가 가진 재미는 물론이고, 상상 너머의 통찰을 건네주니 말이에요. 특히 이 소설은 현대 사회가 지닌 부조리와 모순을 매우 적확하게 묘사해냈다는 점에서 매번 감탄하게 되네요. 조지 오웰의 《1984》는 참으로 섬뜩하고 잔인한 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기존에 수많은 번역본들이 있지만 이번 책은 열림원 세계문학 시리즈로 2025년 새롭게 번역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고전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본격적으로 탐구하듯 찾아보는 수준은 아니고,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다시 들춰보는 정도네요. 암튼 2025년 번역본에서는 한 인물에게 꽂혔네요. 오브라이언, 그는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를 철저하게 속이는 인물인데, 폭력적인 권력의 가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죽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삶은 미래에 있어요. 우리는 몇 줌의 흙과 뼛조각으로 참여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 미래가 얼마나 있어야 올지는 알 수 없어요. 천 년 후가 될 수도 있죠.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건강한 정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뿐이에요. 집단적 행동도 할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 다음 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좀 더 널리 퍼뜨릴 뿐이죠. 사상경찰에 맞서는 방법은 그뿐입니다." (248p) 라고 말하는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형제단의 일원이라며 철저하게 윈스턴을 속이면서 양심 있는 지식인 흉내를 내고 있어요. 분명 가해자는 오브라이언인데 피해자인 윈스턴과 줄리아는 자기 비하와 모멸감에 빠져 서로를 혐오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두 사람은 일말의 양심을 지녔기 때문에 서로를 배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거예요. 본인의 목숨을 구걸하려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했고,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 거죠. 인간다움을 포기하면서 그들은 살아남았지만 과연 진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소설의 결말은 "··· 모든 게 괜찮았다. 투쟁은 끝났다. 윈스턴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빅 브라더를 사랑하고 있었다." (420p) 라고 끝맺고 있어요. 자유를 무참히 짓밟고, 진실을 왜곡하는 세상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서운 이야기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첫 장에 적혀 있어요. "어제부터 시작해 과거가 몽땅 지워지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모든 기록이 파괴되거나 위조되고, 모든 책이 다시 써지고, 날짜도 모두 바뀌고 있어. 그리고 이런 과정이 매일매일, 매분 되풀이되고 있어. 역사가 멈췄어." (5p) 소설의 첫 문장은, "화창하면서도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9p)로 시작되고 있어요. 우리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윈스턴은 일기장에 "저들은 자각을 하기 전에 저항을 하지 않을 것이고, 저항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103p) 라고 썼어요. 법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서 불법은 아니지만 발각되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줄 알면서도, 종이에 글을 쓰며 기록하는 윈스턴의 행위는, 조지 오웰이 《1984》라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 거예요. 독재자들은 늘 언론을 통제했고,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들은 대중의 눈과 귀를 막는 역할을 해왔어요. 지금 이 시각에도 증거 인멸 중인 그들을 향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외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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