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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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 제목에 나이가 붙으면, 그 연령대를 위한 책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이 책은 '마흔'보다는 '흔들리는 마음'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아요.

"마흔 무렵이 되면 초연해질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의젓하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여린 꼬마가 웅크려 있고, 그 옆에는 아직도 세상 모든 게 서툰 청년이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요.

이렇게 인생의 이치에 실망감이 밀려오면, 저는 예술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곤 합니다." (5p)

그래서 《마흔에 보는 그림》의 부제는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이네요. 나이 마흔이 되어 불혹, 세상 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이 드는 것만으로도 공자의 경지에 이른 거잖아요. 근데 평범한 우리들은 서로 만나면 나이값도 못한다며 허탈한 넋두리를 하게 되네요. 그러다가 저 역시 깨달은 바가 있어요. 살아 있으니 흔들리는 거라고 말이죠. 어떤 식물들을 키울 때 줄기를 붙잡아주는 지지대가 필요한데, 우리 마음도 흔들릴 때마다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지지대가 있어야 해요. 그건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일 수도 있고, 명상이나 기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수많은 지지대 중 하나로써, 저자는 우리에게 마음 처방전처럼 위대한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소개해주네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 용기가 필요한 순간, 버텨야 하는 순간, 홀로 서야 하는 순간, 그럴 때 이 그림을 보면 어떠냐고 말이죠.

책 표지 그림은 마크 로스코가 1957년 완성한 <No. 11> 이에요. "이 그림에서 주목되는 건 흰색에 가깝게 칠해진 벽돌 모양의 직사각형이다. 천편일률적인 삶을 강요하는 세상에 지친 사람들은 이 영역을 보고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 '나도 이 정도는 그린다'라고 비아냥거린 사람들도 실제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는 넋을 놓았다. 당대의 유명 수집가인 페기 구겐하임 등도 밀려오는 감동에 그의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로스코는 이들의 도움으로 큰 전시를 여럿 유치했다. 그 덕에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로스코가 전 세계로 이름을 알려가던 바로 이 시기에, 시그램과의 초대형 계약을 파기한 것이었다. ... 재벌들은 그의 그림을 얻기 위해 더욱 집요하게 달려들었고, 그럴수록 로스코는 자신이 부자들의 자랑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우울에 빠졌어요. ...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아담한 예배당 내부였어요." (87-90p)

마음대로 긋고 칠하되, 그 안에는 반드시 울림을 담을 것, 이것이 로스코의 정신이라고 하네요. 모든 구상을 없앤 채 오직 색면 추상만으로 완성된 그림이 사람들을 울리고, 깊은 여운을 주는 이유일 거예요. 책 속에는 원작을 손바닥만한 크기로 축소하여 인쇄한 그림이라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진 않지만 마크 로스크의 삶을 알고나니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네요.

제 마음을 끌어당긴 그림은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작품들이었어요. 그림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델은 아내 이다라고 하는데, <휴식>을 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그의 그림에는 "싱거운 그림을 그렸다"라는 평이 지겹도록 따라다녔고, 이 족쇄 탓에 오랜 세월 무명의 시간을 이어가다가 1910년대가 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면서, 저자는 "하메르스회는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존재감 있는 위로의 화가" (58p) 라면서, "조바심은 소금물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만 더 타들어간다. 들끓는 갈증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던 일을 모두 멈춘 후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하메르스회의 작품은 그 오래된 지혜를 다시 일깨워준다." (59p)라고 알려주네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림 자체가 치유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따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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