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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가는 일.
어쩌면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와 비슷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밤 인사》는 함정임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소설은, "포르부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간절곶으로 달려가던 새벽, 윤중의 차 안에서였다." (9p) 로 시작되고 있어요.
연남동 카페에서 열두 명이 모여 밤 9시부터 다섯 시간 동안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묵독한 뒤였고, 그녀가 "이대로, 어디든!" 작게 중얼거렸고, 옆에 앉아 있던 그가 "그럼 갑시다."라며 손목을 부여잡고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새벽 고속도로를 달린 거예요. 새벽 2시에 벌어진 깜짝이벤트, 두 사람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두 사람이 출발점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2시경이었고, 작별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그는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라는 책을 건넸어요. 그녀의 파리행은 포르부에 가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보들레르, 벤야민, 프루스트, 랭보, 발레리... 수많은 문인들의 문장으로 대변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그녀를 환한 미소로 맞아준 사람은 장, 그녀의 포르부 여정을 함께 한 사람은 장이었어요. 왜 포르부였을까요. 그녀는 페르피냥에서 잠들기 전에 쉼보르스카라는 폴란드 여성 시인의 시를 읽었고, SNS에 이 시의 일부를 소개했어요. "너는 사라진다. 그러니 너는 아름답다." (137p) 어쩌면 이 시처럼 너와 나,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사라지기에 덧없이 느껴지는 것인데, 시인은 그 사라짐을 아름답다고 노래했네요. 그리고 쉼보르스카의 시,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149p), 이 부분을 되풀이하여 읊조리는 그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네요. 소설 첫 장에 적혀 있는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5p) 라는 문장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되뇌이게 되네요. 마치 우리 모두의 밤을 위로하듯이, 편안하게 두 눈을 감고 잘 수 있는 이 밤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