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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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주책맞게 눈물이 났네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픈 사람이나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나 속상한 건 매한가지...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유미 님의 에세이예요.

소설 같은 책 제목이 비유가 아닌 실화였네요. 뇌종양 수술 후 요양원에 있던 엄마의 탈출은 작은 에피소드일 뿐, 나이 들고 아프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저자는 딸의 입장에서 한순간에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마주하며 좌절했다가 분노했다가 슬퍼했던, 그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요. 아픈 부모님을 직접 간병할 수 없는 자녀들이 많아졌고, 그 자녀들을 대신해주는 간병인들과 요양원이 점점 늘고 있어요.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진짜 중요한 걸 놓쳐서는 안 돼요. 바로 아픈 당사자,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를 원하는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닐 때가 있잖아요.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치매 증상인지 알 수 없는 엄마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돌볼 수 없은 딸과 아들은 간병인을 구했고,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완전히 인지 능력을 상실한 치매 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신이 들 때마다 살려달라고, 자신을 꺼내달라고 외쳤던 거예요. 몸이 아픈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경우라면 가족들이 24시간 지키며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모두의 일상이 망가지게 되는 거예요. 어느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거죠. 늙고 병들고, 돌봄이 필요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는 순간까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처음엔 딸,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다가, 점차 아픈 엄마의 모습이 '나'의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한 달 전만 해도 활기찬 일상을 보내던 엄마가 응급실에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때,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읊어주었어요.

"사랑하는 이여, 나 죽거든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오. 내 머리맡에 장미꽃도 그늘진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오. 무덤 위 푸른 잔디가 비와 이슬방울에 젖게 해 주오. 그리고 생각이 나시면 기억하고, 잊고 싶으면 잊어 주시오. 나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내리는 비도 느끼지 못할 거요. 고통스럽게 노래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도 듣지 못할 거요. 해가 뜨거나 저물지도 않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기억하겠지요,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지요.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야." (52p) 딸은 엄마가 시를 외우며 죽음을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틀렸어요. 엄마는 아름다운 시처럼 후회 없이 주어진 삶을 잘 살겠노라고 다짐했던 거예요. 늙었다고, 아프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길 순 없노라고, 요양원 창문을 넘어 도망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엄마는 죽는 날까지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엄마에게 자유는 위험했다.

... 만약 야생에서 살던 새가 늙고 병들어 평생 새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 새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사람의 선택은 짐승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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