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불시착 1 - 진짜 백석의 재발견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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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시인 백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몇 편의 시가 전부예요.

근데 그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서 오래 그 여운이 남았던 것 같아요. 백석 시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겨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소설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네요.

《백석의 불시착》은 홍찬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꿈에서 만난 백석 시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그의 숨결이 스쳐갔을 장소들을 찾아다닌 끝에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일제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 진심으로 나라를 되찾고자 싸웠던 이들에겐 참으로 고통스러운 삶이었을 거예요. 백석 시인에게 시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소설은 기록되어 남겨지지 않은, 더 많은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네요.

백석이 동시대를 살았던 이상을 만나 시담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네요.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불으니 푸념이 간지럽다'는 일제 강점의 고통을 대한사람들과 함께 나누지 못한 채 개인적 고민에 침참하며 '허송세월'하는 이상을 비판하면서 썼으니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이라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꼭, 특정인을 염두에 쓴 것은 아니지만, 일제의 지배를 받고 있는데도 그것의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 지식인들의 비겁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요." (180p) 당시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로 돌아설 때 백석 시인은 오로지 한글로만 시를 썼다고 해요. 그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한글을 지켜냈고, 주권을 되찾은 거예요. 소설은 허구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백석의 삶은 분명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1권 마지막 부분에서 백석 시인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다가 겨우 깨어났고 맷새소리를 들으며 거친 세상에 맞서 살아갈 힘을 얻는데, "이제 하얀나라를 벗어나 까만 세상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 방문을 열자 마당에 흰 사슴이 서 있었다. 흰 사슴은 내 눈과 마주치자 살며시 미소를 보낸 뒤 앞에서 걷기 시작했다." (275p) 라고 묘사된 장면이 소름돋았어요.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형상, 어쩌면 세월이 흘러 지금 우리에게 그 뜻을 전해주는 듯 느꼈네요. 백석 시인은 아마도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바람이 되었을 것 같아요.


"자유, 자유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미 죽은 마당에 말이에요."

"아무런 장벽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소."

"이리 봐도 벽, 저리 봐도 벽, 앞을 봐도 뒤로 돌아봐도 온통 벽인데 어떻게 자유를 누리겠어요?"

"벽은 육체가 있을 때만 벽일 뿐이오. 육체를 떠난 정신은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벽을 넘어갈 수 있고, 뚫고 지나갈 수 있소."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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