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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평점 :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_ 1961년 9월 7일, 모지스 할머니의 101번째 생일날
100년을 산다는 것, 지금이야 백세시대를 이야기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 세기 넘는 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현재 나이가 몇 살이건간에 아직 100살이 아니라면 늦지 않았다고, 우리가 원한다면 최고의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네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책이에요. 이번에 나온 큰글자책은 일반판에 수록된 그림 67점 중 48점과 글 일부를 선별하고, 여기에 새로운 그림 70점을 추가하여 118점의 그림이 화보집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큰 글자와 그림의 조합, 딱 그림책 느낌인데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라서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 사람의 인생이 어찌 봄날만 같겠어요, 폭풍이 올 때도 있고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도 있지만 담담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다는 것, 그 마음이 봄날의 햇볕 같구나 싶었네요. 이글 브리지에 정착해 열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그 중 다섯만 무사히 자랐다고 해요. 한 명은 6주를 살았고, 나머지 넷은 죽은 채 태어났는데 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름다운 셰넌도어 밸리에 조그만 무덤 다섯 개를 남겨 두고 왔다고, 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감정의 보탬 없이 들려주네요. <1861년 셰넌도어 밸리 (전투 소식)>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면 마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평화롭지만 어쩐지 슬프네요.
"나는 아이들을 크게 혼낸 일이 거의 없었어요. 다만, 남부에서 아들들이 어렸을 때 매를 든 적이 있는데, 한 명만 혼내면 그 아이만 놀림을 받으니까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었지요. 아이들에게 라일락 덤불에서 회초리를 직접 꺾어 오라고 했어요. 그것도 벌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세게 때린 적은 없습니다. 그 시절엔 아이들을 세게 때리는 걸 많이 봤는데도 말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착했어요. 내 아이들은 늘 그랬어요.
나는 다혈질처럼 흥분해서 난리를 피운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도 그런 적이 없어요. 화가 나면 그저 가만히 머릿속으로 '이쉬카비블'이라고 말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엔 흔히들 쓰는 표현이었고, '악마에게나 잡혀가라'와 비슷한 의미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흥분을 하게 되면, 몇 분만 지나도 안 할 말과 행동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벌컥 화를 내버리는 게 앙심을 품고 꽁해 있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습니다. 꽁해 있다 보면 자기 속만 썩어 들어가니까요." (163-164p)
현명한 모지스 할머니, 잘 산다는 건 뭘 더 하려고 아둥바둥 하는 대신에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결코 하지 않으며 사는 게 아닌가 싶네요. 무엇보다도 정말 하고 싶은 건 꼭 하라는 모지스 할머니의 조언이 크게 와닿네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