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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단한 하루의 끝자락...
영화 속 초능력자처럼 눈 한 번 끔뻑하면 다른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더랬죠.
비누거품마냥 잠깐의 상상은 푸르르 사라지고, 더 길게 상상하고 싶어서 소설책을 봤던 것 같아요. 소설은 늘 원하는 걸 주진 않지만 대개 잊고 있던 뭔가를 발견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소설 속 주인공이 읽은 소설책처럼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너의 손에 닿았을 뿐》은 은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서지영은 십육 년째 공장 생산직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해 다섯 식구의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데 여전히 빚에 허덕이며 치매 말기인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어요. 작은 지방 도시 상산읍, 지긋지긋한 시골 동네,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인 지영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독서, 처음엔 자기계발서만 읽다가 세계 문학 전집을 거쳐 요새는 현대소설을 자주 보는데, <그대는 뜨거웠다> 라는 단편 소설책을 제멋대로 풀이하는 오독의 맛에 빠졌어요. 여자의 붉은 입술과 남자의 목덜미가 섹시하게 그려진 몽환적인 표지에 혹해 구입한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암컷 모기인 '모스키토'인데, 은은한 향기에 이끌려 배우의 집으로 날아들었다가 남자 배우를 짝사랑하게 되는 내용이에요. 책 중반에 제닝스라는 모기가 모스키토에게 찾아가 인간의 손에 죽지 않고 많은 피를 흡입하는 비법을 묻자 모스키토는 마인드컨트롤, 본인이나 타인의 마음과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에 대해 설명하는데, 지영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건 당장이라도 상산읍을 뜨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게 했다는 거예요. 그러나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우연히 초능력자 서은우를 만나면서 그녀의 마음은 들뜨게 되는데... 모스키토의 마인드컨트롤이 작은 밑밥이었다면 서은우의 초능력은 센 미끼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지영과 은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내면에 숨겨진 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무엇보다도 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지금 이대로의 세상인 것이 그리 나쁘지 않네요. 최악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