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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김수미 지음 / 용감한까치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떠난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배우들...
이상하게도 그들은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아서, 막상 이렇게 떠났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믿기지가 않아요.
배우 김수미, 그녀가 방송에서 보여준 당당하고 밝은 모습 이면에 슬픔과 고통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를 보면 하얀 목련꽃이 생각났고, 목련꽃을 생각하면 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사월의 노래가 들리는 듯 했는데, 이 책이 마치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쓰여진 긴 사연의 편지 같다고 느꼈네요.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없는 무지개 계절아~~"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는 '김수미 쓰고 지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인간 김수미의 책이에요.
이 책에는 1983년 어느 새벽부터 2024년 10월 1일 마지막 일기가 수록되어 있어요. "나는, 인생은, 바람인가. 방황인가. 그리움, 기다림. 항상 채워지지 않는 빈 잔인가." (14p) 라는 1983년 어느 새벽에 쓴 일기로 시작되는데,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사는 게 뭘까요. TV나 스크린을 통해 봐왔던 배우의 화려한 모습이 전부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일기 속의 모습은 아둥바둥 하루를 살아내는 짠내나는 사람이 보였어요. 그토록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온 그녀가, "사랑받고 싶다. 밥 한술, 차 한 잔 마시는 관심을 받고 싶다." (38p) 라는 속내를 품고 있었네요. 저마다 짊어진 인생의 무게는 다르지만 그걸 버텨내는 힘은 사랑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랑이든,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의 인생을 몇 장의 일기로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냐마는, 그녀의 일기에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았네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살고 싶었던,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 그 간절한 마음이 못내 서글프네요. 아름다운 꽃봉오리로 피어난 목련이 쓸쓸히 지고 말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