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의 개그림 일기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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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상상만으로 그려봤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어요.

《망치의 개그림 일기》는 견생 10년 차 망치의 시선으로 그려낸 '개그림 에세이'예요.

모두가 알다시피 이 책의 저자는 이름 석자 뒤에 붙은 '미술교실'로 유명한 분이죠. 아참, MZ세대에겐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네요. 한때 '국민 미술 선생님'으로 불렸던 김충원 선생님의 책들은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 드로잉과 채색 기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근데 이번에 나온 책은 전지적 개 시점의 에세이라는 점이 특이하고 재미있어요. 주인공은 '개', 이름은 '망치', 일곱 명의 반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요. 이 집에는 '망치' 말고도 '똥꼬'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하루'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는데, '하루'는 식구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지만 망치보다 먼저 이 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님이라는 존칭을 쓰고 있어요. 망치가 반려인을 '하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신과 특별한 소통이 가능한 인간인 다섯 살 솔이가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래요. 음, 이유를 알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네요. 김충원 선생님이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반려견 망치의 그림 일기로 표현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동물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네요.

"나는 언제나 스스로 '개다운' 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그러나 하비는 가끔 반려인다운 반려인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 같아. 우리의 상호 관계 기본 구도는 간단해. 하비는 나를 보살피고 나는 보살핌을 보답하기 위해 늘 성실한 충성심을 보여 주면 돼. 하비의 보살핌은 기본적으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제공해 주고 거기에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포함되지. 인간과 우리의 역사를 볼 때 우리는 자신의 보호자를 배신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 DNA 안에는 배신에 대한 공포가 내재되어 있지. 나는 인간의 다양한 배신 행위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정신적 학대라고 생각해. 이것은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빈번히 행해지지. 우리를 인간으로 착각해서 벌어지는 학대, 온갖 간섭과 통제로 길들이기 위해 행해지는 학대도 있어. 아마 인간이 단 하루라도 우리 입장이 되어 본다면 참기 힘든 수치심으로 자존감이 무너지고,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들 것이 분명해. 오늘 하비는 하필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찹쌀탕수육을 야식으로 먹으면서 몹시 괴로워하는 나를 조롱하듯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 일기와는 별도로 학대 장부를 만들어 하비의 만행을 조목조목 기록해 두어야겠어!" (140p)

작년 1월 1일로 시작해 한 해가 저무는 12월 31일 밤까지 망치의 개그림 일기를 보면서 '개다운' 개가 되려고 노력하는 망치처럼 우리도 인간답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살아야겠다는, 소소한 다짐을 했네요. 실제로 동물들과 속시원하게 소통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얼마든지 마음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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