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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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잠시라도 못 보면 너무 보고 싶고,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면 낭만적인 일이겠지요. 근데 대상은 스마트폰, 아마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작년부터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해왔는데 연말에 벌어진 사태 이후에 시시각각 뉴스를 지켜보느라 말짱 도루묵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네요. 스마트폰은 한낱 도구일 뿐,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단순히 집중력이나 시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상시 접속하느라 잃어버린 건 나 자신이며, 스스로를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이었네요.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은 교토에 사는 젊은 철학자 다니가와 요시히로의 책이에요.

저자는 웹 미디어 <Less is More.> 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이 「상시 접속으로 잃어버린 고독. 또는 '긴 사고력'」 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일 년쯤 지났을 때 독자 중 한 명이었던 편집자의 연락을 받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걸음, 철학을 미지의 땅에 비유한다면 저자는 미지의 땅에 사는 주민,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이라는 미지의 땅을 여행하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비유가 찰떡인 것이 여기에 적힌 철학자들의 말을 여행 가이드의 말로 생각하고, 독서를 대화로 바꿔 내용을 받아들이면 진정한 여행이 주는 선물을 누릴 수 있어요. 대놓고 철학의 역사를 설명하진 않지만 여기에 소개된 철학적 견해는 모두 옛 철학자들의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어요. 철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철학과 친해질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지만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철학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이런저런 가설을 만들어낸다면, 우리의 역할은 다양한 철학 사상들에서 출발하여 가장 바람직한 답을 찾아나서면 되는 거예요. 철학을 '답'이나 '목표'로 여기지 않는 프래그머티즘, 즉 실용주의적 관점이 핵심이네요. 다만 철학을 탐험할 때 주의해야 할 세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생각하는 데도 연습은 필요하다는 것 (바로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쓰이는 대로 쓴다는 것 (자기 방식대로 쓰지 않는다), 마지막은 철학자의 상상력에 따라 읽을 것 (일상의 어감을 투영하지 않는다). 이래서 철학과 개똥철학을 엄격히 구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건 철학이 아니라 아집이니까요. 정리하자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자'가 철학의 핵심 요소네요. 저자는 모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벌이 쏘는 듯한 날카로운 말과 주제를 골랐다면서 처음 소개한 니체의 말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어요.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대들은 자신을 제대로 견디지 못한다.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신에게서 도망치려 한다." (5p) 라는 니체의 말처럼 우리는 삶의 불안과 외로움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한 거예요. 우리가 맞서온 것은 외로움 자체라기보다는 외로움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우리 자신이며,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소비 환경에서 고독은 잃어버리고 외로움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그 다음 단계는 저자가 제안하는 고독을 만드는 법, 즉 취미를 가지면 돼요. 여기서 취미란 일상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회생활과 동떨어진 자치의 영역에서 홀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네요. "자아는 고독 속에서 실감할 수 있지만, 그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것은 오직 나를 신뢰하고 나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의 존재뿐이다." (372p) 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은 '고독 속에 있는 나'와 '동료와 함께 있는 나'의 관계에서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네요. 스마트폰 시대에서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떤 관점을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철학자들의 촌철살인을 통해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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