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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초한지
이상인 지음, 유환영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삼국지, 손자병법은 읽어봤지만 초한지는 처음 읽어보네요.
진나라 말기부터 전한 초기까지 중원의 정세를 풀어낸 연의 소설이며, 명나라 때 종산거사 견위가 쓴 <서한연의>가 그 원본이라고 하네요.
《청소년을 위한 초한지》는 한 권으로 쉽게 풀어낸 소설 초한지예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아직 초한지를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초한지의 원전인 <서한연의>를 정독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이 책에서는 천금으로 천하의 보물을 얻은 여불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이야기 속에 특정인물이나 사물에 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어서 중국 역사의 배경지식까지 챙겨주네요. 또한 이야기 중간에 '초한지 고사성어'를 따로 정리하여 해설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유래를 알게 되니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초한지에서는 항우와 유방의 대립만이 아니라 한신이라는 지략가가 성장하면서 유방과 대립하는 구도가 흥미로운데, 여기에서도 유방과 항우 외에 최고의 전술가 한신과 최고의 전략가 장량의 활약을 주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난세의 영웅호걸들의 모습을 통해 뛰어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네요.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천하를 건 싸움이 주된 줄거리인데 초한지라는 역사 소설을 읽다보면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들이 있어요. 최고의 전략과 전술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항우 밑에 있다가 유방으로 진영을 갈아탄 한신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네요.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가 된 유방은 제후와 장수들에게 자신이 천하를 차지하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연유를 묻는 장면이 있어요. 이때 왕릉이 나서서, "폐하께서는 성을 공격하거나 땅을 점령한 후에는 반드시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는 천하의 이로움을 함께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오나 항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공이 있는 자는 칼로 베었고, 지혜로운 자들에게는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천하의 주인을 가리게 되었던 것이라 생각하나이다." (363p) 라고 답하자, 유방은 이렇게 말했어요. "공은 어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가? 모름지기 계략을 짜서 천 리 밖에서 승리하는 일에서는 내가 자방(장량의 자字이다)을 따를 수가 없을 거싱오, 나라를 지키고 백성들을 위무하며 군량을 공급하는 데에는 소하만 할 수 없으며, 100만의 무리를 연합하여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는 데에는 내가 한신만 못할 것이오. 나는 이 세 사람의 뛰어난 능력을 채용할 수 있었지만, 항우는 단 한 명 범증만이 있었소. 그 또한 오래 쓸 수 없었으니, 바로 이것이 항우가 나에게 패한 이유인 것이오." (364p) 하지만 유방의 말 속에는 비수가 들어 있어요.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한신은 토사구팽의 주인공이네요. 황제가 된 유방이 그토록 견제할 정도로 탁월했다는 증거일 거예요. 만약 한신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